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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Sep 08. 2023

그래서 뭘 어쩌라고

삶이 어디 말처럼 되니?

삶이 어디 말처럼 되니?

  

책꽂이에 퍼질러 자고 있는 책 몇 권을 깨웠다.

그리고 아무 곳이나 펼쳤다.     


옅은 보랏빛 표지에 삶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달고 있는 책을 펼쳤더니 “고통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인류가 높이 올라설 수 있는 이유는 전부 고통 덕분이다.”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기쁨을 맛보고 느끼려면 그리고 지식을 얻고 위대함에 도달하기 원한다면 고통을 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간은 진짜든 가짜든 고통 위에서 번성한다면서 말이다.     


묵직한 여행용 가방을 옆에 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멋진 노신사를 표지 그림으로 단 어느 책은 “행복은 좋은 인생의 부산물”이라는 작은 꼭지를 달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사람”이라는 글귀도 진하게 박았다. 결코 돈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색깔부터 어둔 까만 표지의 책을 반으로 갈랐더니 “인간은 전쟁을 참 좋아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전쟁은 인간이 여러모로 애호하는 취미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전쟁이란 집단적으로 흥분해 이성을 놓는 현상”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인간이 규정한 보편적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짓밟는 것 역시 이성을 놓아 버린 탓이라는 투다.     


나름 이름이 번진 사상가의 말을 전하는 책을 펼쳤더니 “사람들은 해롭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라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또 다른 철학서는 “좌절은 나를 위한 시험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좌절 없는 시기는 위험하다.”라면서 말이다.  

   

......     


앞다투어 삶을 훈수한다.

삶에 대한 애정이 철철 넘친다.

특정인의 삶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모두의 ‘삶’을 비집고 들어선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삶은 이런 거고 죽음은 또 이런 거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해라.’

‘이건 이것이 문제고 저건 또 저것이 문제다.’

‘삶을 위한 삶은 이것이고 삶을 해하는 삶은 저것이다.’

‘이건 옳은 일이고 저건 그른 행위이다.’    

 

글귀마다, 인간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다.




때로는 칼로 쓴 듯 날카롭고,

또 때론 깃털로 쓴 듯 보드랍다.    

 

때론 애정으로 쓴 듯 따뜻하고

또 때론 매정스레 쓴 듯 정신이 번쩍 든다.   

  

모든 글은

좋은 삶, 바람직한 삶,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답지다. 

바른 길, 옳은 길에 대한 안내다.     


문제는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그들이 내놓은 답과 나와의 거리다.

내 삶은 그들이 쓴 답과 멀어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다.

내 삶을 그들이 쓴 답지 안으로 끌어오기엔 너무 힘이 벅차다는 거다.  

   



하긴 삶이 그리 쉬우면 

그렇게 오랜 세월, 그렇게 많은 이들이 답을 찾아 헤매고, 목놓아 부르짖을 이유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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