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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Feb 25. 2024

꿈은
또 다른 상처다

어머니의 꿈

어머니의 꿈     


농가를 샀습니다.

집 주변으로 널찍한 밭을 두른 이쁘장한 집입니다.  

  



오랫동안 어머님이 홀로 계셨습니다.

자식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뵙는 것도 ‘어쩌다’였습니다.     


그래서 직장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즈음 ‘어머님과 함께’를 생각했습니다.

해서 서둘러 구입했습니다.     


평소 어머님은 흙냄새 풍기는 ‘시골’을 가슴에 품고 사셨습니다.

마당에 얽힌 추억도 텃밭에 얽힌 기쁨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어머님의 소망이 담긴 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추억을 담기 위해 못질을 하고 진흙을 이겼습니다.   

  

차가운 겨울 어머님의 아랫목 사랑을 위해 온돌을 깔고 아궁이를 만들었습니다.

어머님의 여름날 추억은 툇마루에 얹고 방문도 어머님의 옛집을 가져왔습니다.     


앞마당 한편에는 가족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을 띄우셨던 장독을 놓았고 그 옆에는 어린 시절 굶주린 배를 달래주던 살구나무를 뒤꼍에는 앵두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님의 소망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자줏빛이 도는 벽지를 바르던 날 

어머님의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급전이 왔습니다.



     

결국 어머님은 흙냄새 풍기는 대문도 들어서지 못한 채 하늘문을 먼저 여셨습니다.     

그토록 ’함께‘를 원하셨던 어머님의 꿈은 결국 꿈으로 묻혔습니다.   

 

어머님을 잃은 지인의 눈물에서 씻겨 내리는 꿈을 봅니다.

세상 참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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