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착기
나는 어릴 적 두 가지 냄새를 유독 좋아했다. 하나는 주유소 냄새이고, 다른 하나는 빵 냄새다.
아버지의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주유소에 들르면 늘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코를 킁킁거리곤 했다. 코 끝을 찌르는 그 석유 냄새가 뭐랄까 거부감이 있다기보다는 금기시되는 어떤 것을 탐하는 기분이었달까. 아니 그보다는 그저 그 냄새 자체가 이유 없이 좋았던 것 같다. 언젠가 엄마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뱃속에 회충이 있어서 그런 거라며 회충약을 먹여주셨는데, 몇 번을 먹어도 효능이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주유소 냄새가 나에게 좋을 것이 하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도 다른 사람들처럼 주유소에서 코를 틀어막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도 원인을 모르겠다.
그에 반해 빵 냄새는 좋아하게 되었을 만한 분명한 기억이 있다. 어릴 적 집 앞 레포츠 센터에서 수영을 배웠는데, 아침 일찍 수영 레슨이 끝나고 나면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레슨이 끝나고 학원을 나설 즈음은 근처 상가의 빵집에서 갓 구운 빵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냄새가 너무나 향긋하고 고소해서 빵 집 앞에 멈춰 서서 한참을 킁킁거리다 집에 가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빵 집의 할아버지가 -만화에 나올 법한 동그란 뿔테 안경을 끼고 갈색 앞치마를 두르신- 그런 나를 보고는 먹어보라며 공짜로 따끈한 빵을 주셨던 적이 있다. 나에게는 참 따뜻하고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그 이후로 빵 냄새를 맡을 때면, 당시의 기억이 함께 연상되어 행복한 느낌이 든다. 원인이 확실한 호감이다.
서로 다른 두 가지 냄새에 대한 기억처럼, 살다 보면 어떤 일은 동기와 이유가 분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더러 있다. 이력서를 작성하기 위해 본인의 경력을 주욱 나열해 놓고 가만히 살펴보면, 역시 마찬가지로 별다른 이유 없이 무언가에 떠밀려서 혹은 우연히 벌어진 일들이 있는 반면,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던 일들도 있다.
그러나 이력서(Resume)의 모든 내용은 그 이유와 목적이 명확하여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커리어에 본인이 얼마나 주도적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별다른 의도가 없었더라도 이제는 그것에 이유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나온 경력들을 각각 하나의 점으로 연결하다 보면 과거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했던 것이, 가끔은 서로 다른 점들 사이를 이어 주는 빛나는 지점이 될 때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과거의 사건이 당신의 현재와 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한 경력이란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다음 커리어로 한 발자국 나아가려는 현재의 당신에게 그 한 점이 어떤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느냐이다.
각각의 점들이 이유와 목적을 갖는 순간, 커리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왜 이 포지션에 지원했어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수월해진다. 당신은 자신의 커리어에 주도적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경력에 점을 찍고, 타당한 이유와 함께 점들을 연결하고, 다음 커리어로 방향을 점철시키는 것이 이력서 작성의 목적이다.
방향성과 목적이 없는 이력서는 서랍 속 일기에 불과하다.
Steve Jobs가 언젠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야기했던 유명한 문장이 생각난다.
”Connecting the Do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