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Mar 04. 2024

조울증 7년 차 (1)

조울증이 뭐예요?

조증+우울증=조울증

  흔히 감정기복이 심하면 '나 조울증인가 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조울증이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럽고, 파괴적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 실체를 안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물론 나는 정신과의사는 아니다. 심리치료전문가도 아니다. 그렇기에 의학적인 전문적인 지식을 알려준 순 없다. 다만 나는 7년째 조울증으로 치료 중인 환자다. 의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조울증이 어떤 질환인지, 어떤 임상적 경험을 하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조울증'환자가 아니길!



 조울증은 의학적이 용어로 '양극성정동장애'라고 한다.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기분장애다. 기분장애라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지는 질환으로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기분은 여러 행동을 야기시킨다. 그 행동이 자신과 타인에게 매우 파괴적이라는 게 조울증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각각의 상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내가 알고 있는 적은 양의 정보와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면 검색을 해보는 게 좋다.)


 '조증'상태에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기분고양감 등이 나타난다. (일부는 망상과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다거나, 비정상적인 과소비나 성적인 활동이 증가하기도 한다. 내 경험을 예로 들자면, 나는 내가 '신'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어이없고 황당한 생각인가!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었고, 나에겐 돈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 막강한 행운이 있다고 믿었다. 그로 인해 저축해 두었던 돈을 2주 동안 모두 탕진하기도 했다.

 '우울증'상태에서는 우울한 감정과 무기력감, 자기를 비하하는 왜곡된 사고 등을 겪는다. 하루에 20시간씩 잔다거나, 잠에서 깨어나도 침대에서 나오질 않는다. 물론 잠을 못 자는 불면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 체중이 급작스럽게 늘거나, 줄어들기도 한다. 우울증에 걸린 시기에는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나 스스로를 비난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고, 그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비난하며 악순환은 계속된다.


조울증의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을 기반으로 한다. 여러 종류의 약물을 조합해 기분이 너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도록 한다. 본인에게 적절한 약물 조합을 찾는데 짧게는 몇 개월, 길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완치(약물을 중단하고 5년간 재발하지 않는 경우)가 된 사례가 있다고는 하나, 극히 소수라고 한다. 내 주치의도 1번 이상의 '조증'재발이 있다면, 평생 약을 먹는 게 맞다고 했다. 그 외에 상담치료, CBT(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한다면, 예후는 더욱 좋다고 한다. (실제로 나는 3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간단하게 조울증(양극성장애)이라는 질환을 설명했다. 앞으로는 7년간의 투병기를 조금씩 나누려고 한다. 당신이 조울증 환자가 아니라면 가벼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뉴스나 영화에서 볼 법한 일들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미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조울증 환자라면, 나 같은 사람도 잘 살고 있으니 당신도 멋지게 당신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위로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