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요즘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남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지나고 숨통이 좀 트일 만 해지니, 조금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남들에겐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정작 나에겐 해주지 못했던 말이었다. 내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말이다.
작년 초 '조증'의 재발로 인해 좋은 직장에서 퇴사하게 되었고, 정신병동에도 40일간 입원해 있었다. 퇴원하고 나에게 남은 건 빚과 전과뿐이었다. 비록 병의 증상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도 판사에겐 내 병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버텨보려고 했다. 다른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조증이 끝난 뒤엔 우울증이 찾아왔고, 나의 멘탈은 더 이상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혼자 살던 자취방을 빼고, 본가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본가에 들어와서 매일 같이 기도했다. 이 고통스러운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신은 나의 소원을 바로 이루어주진 않았다. 수개월 동안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더운 여름에서 혹한의 겨울이 올 때까지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나의 몸과 정신은 점점 더 피폐해져서, 지하 63층쯤에 머물렀다. 이러다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살아야겠다.'
그리고 스스로 멱살을 잡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30분씩 산책을 했고, 점차 시간을 늘렸다. 낮에 햇빛을 받아야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낮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루에 2시간씩 걸어 다녔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는 최소한 산책은 할 수 있는 내가 되었다. (나는 산책이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3개월 정도가 지났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 친구들도 만나 좋은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나는 실패자일 수 있고, 한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크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질 것이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통제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불안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잠식하려 한다면, 다시 한번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어본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