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잘 좀 잡아봐, 어? 자꾸 퍼덕거리잖아!”
- 이놈이 왜 이리 말썽이야! 어? 또? 빨리 잡아!
“꽉 눌러놔, 기다려봐! 이걸 잡아서…….!”
―투둑―
제 고향은 수련의 잎사귀가 초록빛 그늘을 만들고, 부서지는 햇살만큼 반짝거리는 잔잔한 물결이 이는 연못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초록 연못이라고 부릅니다. 제 첫걸음마 헤엄, 발끝에 닿았던 살랑거리는 물고기 친구들의 간지러운 꼬리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어머니의 포근하고 보드라운 하얀 깃털을 기억해요. 눈을 뜰 때마다 너무 화사한 세상에 신비함보단 겁이 났지만, 기분 좋게 바스락 거리는 나뭇가지, 뽀글대는 연못의 숨 방울, 형제들의 달달한 아기 냄새, 흙내 나는 친구의 웃음소리까지 모든 게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나른하게 쓰러지게 하는 그 모든 아득한 것들을,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날 형제 오리 중 한 명이 짧은 부리를 흔들며 물었습니다. “엄마 저게 뭐예요?”
형제가 가리키는 쪽엔 옆집 아줌마 오리가 조금 커다란 잿빛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옆집에 먼저 태어난 친구 오리들은 경계의 눈빛으로 알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엄마오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처음 보는 알인데, 나도 잘 모르겠구나.”
형제오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징그러워요! 색이 왜 저렇죠?”
엄마오리는 날개로 아기오리들을 감싸며 말했습니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란다. 아가야 너희 친구고,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그때였습니다.
잿빛 알을 깨고 까만 부리가 빼꼼거렸습니다. 아기 오리들보다 몸집이 두 배는 크고, 우리들과 같은 노란 털이 아닌 잿빛 털과 까만 부리, 까맣게 빛나는 눈이 어색한 분위기에 흔들거리며 불안해했습니다. 주변의 아기 오리들은 소리쳤습니다.
“으익, 이게 뭐야, 너 누구야!”
- 잰 뭔데 왜 저렇게 생겼어!
옆집의 아기 오리들은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파닥거렸습니다. 옆집 아줌마 오리는 눈을 지그시 감다 뜨더니 그 회색 오리를 하얀 털로 품었습니다. 갈 곳 잃은 휘청거리는 아기의 발걸음이 그제야 폭 안겼습니다.
옆집 오리 식구들은 그 후에도 해가 질 때까지 어수선하게 소란스러웠습니다.
따뜻한 꽃망울이 올라올 때면 가끔 초록 연못에는 은하수가 찾아옵니다. 엄마는 은하수가 고향을 찾아가는 별들의 긴 행렬이라고 했습니다. 떨어져 지낸 별들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했죠.
저는 밤하늘의 동그란 달을 보며 옆집의 회색 오리가 생각나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은하수에 갈라진 검은 밤하늘은 그 오리의 부리 같았고, 유난히 은색 달빛을 비추는 연못의 찰랑거림이 그 오리의 깃털 같았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뭉쳐있는 듯 떨어져 있고, 서로를 뽐내며 반짝이지만, 오히려 외로워 보였습니다.
순간 놀라운 광경이 보였습니다! 밤하늘을 가르고 은하수로 날아가는 별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라져 버린 별을 보고 놀라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저건 뭐예요? 방금 별이 날아가 버렸어요!”
- 저건 별똥별이란다.
“별똥별이요!?”
- 그래, 별들은 가끔 저렇게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단다.
난생처음 보고 듣는 별에 대해 저는 흥분해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왜죠? 왜 가는 거죠?”
- 음……. 보고 싶은 별이 있을 수 도 있고, 가고 싶은 곳이 있을 수 도 있고…… 이유야 많겠지만, 다시 돌아오는 별들은 많지 않단다.
“혼자서요? 혼자 어디를 가는 걸까요? 제가 볼 때 가장 희미하고 작은 별이었어요!”
- 아가야, 우린 언젠가 모두 혼자가 되고, 그때가 되면 스스로 모든 걸 이겨내며 살아야 한단다.
엄마오리는 따뜻한 손으로 머리를 쓰담았습니다.
- 우리 아가도 언젠가 씩씩하고 튼튼한 오리가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쓰러지지 말고 살아야 한단다.
처음 본 광경에 대한 호기심과 흥분도 있었지만, 엄마의 나지막하고 진지한 목소리에 그새 무서움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혼자는 무서워요 엄마. 나는 엄마가 있잖아요.”
- 그래, 엄마가 옆에 있을 거야. 아가! 저기 가장 밝은 별이 보이니? 엄마를 비추는 별이란다.
엄마오리의 날개 끝에는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별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저 별처럼 늘 네 옆에 있을 거란다. 걱정 마렴. 그래도 멋진 오리는 혼자서도 씩씩해야겠지?”
- 엄마도 저 별처럼 멀리 가버리진 않겠죠?
아직도 불안한 아기오리의 꼬리털이 바들거릴 때, 엄마 오리는 지긋이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후후, 아가야. 우리는 모두 별이 된단다. 엄마는 저기 가장 큰 별처럼 언제 어디서든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언젠가 너도 별이 되어 엄마에게 찾아오렴, 언제든 널 기다리고 있을게. 알겠지?”
저는 갸우뚱거렸지만, 저를 내려다보는 엄마의 미소가 너무 따뜻했기에 웃으며 당차게 말했습니다.
“네! 가만있는 다른 별들이 아닌. 별똥별이 되어 엄마가 어디 있든 내가 날아갈 거예요!”
엄마의 미소는 따뜻한 포옹으로 이어졌고, 엄마는 저의 눈빛을 바라보다 하늘의 가장 큰 별을 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엄마의 눈가에 별이 담겼습니다.
그날 밤, 많은 별들이 날아다녔습니다. 저는 그 별들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잘 날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