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 미운 회색 오리

by 이고


초록 연못에서 첫 수영을 배우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사실 겁은 나지 않았어요. 형제 중에 몇 명은 서성거리며 진흙에 발을 구르고 있었지만, 엄마의 꽁지깃을 보며 곧게 엉덩이를 치켜들고 물로 뛰어들었죠. 가슴팍까지 전해지는 맑은 물결의 간질거림과 휘젓는 발끝마다 느껴지는 시원한 감촉. 연못이 환영한다고 웃어주는 듯 자연스럽고 반가운 기분이었습니다.


형제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을 때, 진흙에 뒤범벅이 된 옆집의 회색 오리가 보였습니다. 회색 털에 엉겨 붙은 진흙덩이가 무거운 듯 비틀거리는 회색 오리의 모습을 보고 옆집 오리들이 야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변종아! 너는 우리랑 달라! 그냥 그렇게 계속 진흙 속에서 살아!”

"야……. 말이 심한 거 아냐? 엄마 말 못 들었어? 그래도 형제인데, 얘들아~ 좀 말려봐”

“내버려 둬, 신경 쓰지 마. 어젯밤 회색 털이 자기한테 묻었다고 저러는 거야”

“더러운 회색 털이 묻으면, 똑같이 변종이 될 거라고 기겁해서 화내는 거라고”

“저 회색털 뭉치는 덩치도 크면서 털은 또 엄청 날리잖아! 털이 못 날리게 진흙을 묻혀야 해!”

“엄만 왜 저런 알지도 못한 놈을 형제라고 하는 거야! 쳇!”


회색 오리는 쏟아지는 야유와 비방에 고갤 숙이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그때 옆집 아줌마 오리가 기겁하며 뛰어왔습니다.


“아가! 누가 이랬니? 꼴이 이게 뭐야!”

- 넘어졌어요…….


옆집 아줌마 오리는 다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회색 오리를 감싸고 옆집 오리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이 녀석들아! 막내가 이렇게 엉망인데, 다들 수영만 하고 있고! 형 누나가 돼서 어쩜 이러니!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지 않았니?!”


옆집 아줌마 오리의 엄한 꾸중이 무서워 옆집 오리들은 옹기종기 뭉쳤습니다. 주눅 든 오리들 중 한 명이 소리쳤습니다.


“엄마! 그놈은 우리 형제가 아니에요! 그놈 털이 날려서 우릴 모두 잿빛으로 만들 거예요!”

- 너 이 녀석들! 그게 무슨 소리야! 혼나야겠구나! 네 녀석들! 오늘 저녁은 없을 줄 알아라!


옆집 오리들은 구시렁거리며 흩어졌고, 옆집 아줌마 오리는 회색 오리를 연꽃 바위 뒤로 챙겨 데려갔습니다. 저는 옆집 아줌마와 함께 걸어가는 쓸쓸한 회색 오리의 뒷모습에 은근슬쩍 형제들을 벗어나 연꽃 바위 뒤로 헤엄을 쳤습니다.


연꽃 바위 뒤 얇은 물가에서 옆집 아줌마 오리는 황급히 부리로 회색 오리의 진흙을 털어내고 있었습니다.


“엄마, 전 괜찮아요. 제가 뒤뚱거리다가 넘어진 거예요…….”


옆집 아줌마 오리는 고갤 숙인 회색 오리의 말에 안쓰럽게 말을 이었습니다.


“아가, 날개 피렴. 누가 뭐라도 넌 내 자식이고, 너는 남들보다 특별한 오리인 거야! 너의 그 회색 털은 마치 이 초록 연못을 별빛으로 만드는 회색 구름과 같지!”


- 별빛……. 회색 구름이요……?


“그럼~ 하얀 연못이라고 하얀 별들이 잠시 땅에 내려오는 날이 있단다. 그때가 되면 온 세상이 새하얗게 빛이 나지! 여기 초록 연못도 별들이 내려와 별빛의 연못이 된단다.”


처음 듣는 하얀 연못에 대한 얘기에 커진 내 눈만큼, 놀란 회색 오리도 풀죽었던 고개를 들었습니다.


“근데 아가~! 그렇게 세상을 하얗게 빛내는 별들을 누가 내려오게 하는지 아니? 회색의 커다란 구름이란다. 우리 아가의 회색 털같이 풍성하고 부드럽지~!”


- 회색 커다란 구름이요?


“그래~ 우리 아가를 미운 오리라고 주변에서 손가락질하지만 절대 기죽을 필요가 없어요~! 사실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런 거란다~ 별들이 내려오는 커다랗고 넓은 회색 구름을 미운(彌雲)이라고 한단다.”


- 미운…… 별을 내리는 회색의 구름!


옆집의 회색 오리는 까만 부리를 까닥거리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푸른 하늘에 구름과 구름사이로 아름다운 날갯짓의 새들이 무리 지어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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