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절대 아이들을 논리논술학원으로 보내라는 이야기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논리 논술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동네마다 ‘논리논술’, ‘독서토론’이라는 학원 간판이 붙어 있고, 어렴풋이 보고 지나치곤 한다. 하지만 수학, 영어 학원만 다녀도 시간이 벅찬 아이들에게 논리논술이나 독서토론까지 시키기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부담이다.
논리논술, 독서토론.
너무 좋아 보이는 키워드들이지만 당장의 눈앞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대학입시에 있는 논술 전형은 하늘의 별 따기고, 결국 중요한 건 국어·수학 점수 아닌가요?” “대한민국 교육과정에서 아무리 창의융합형 인재를 추구한다고 해도 현실은 암기 잘해서 다 외우고 좋은 점수받는 아이들이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얻는 거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고,
더더욱 그렇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논리적 사고는 단순히 논리적으로 잘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능력이 아니다. 모든 배움의 뼈대, 즉 근본을 만드는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괴물 같은 성장의 기초가 된다.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들여다보자.
‘논리’도 좋지만, 당장 내 아이의 현실은 이렇다.
- 동네 친구들과의 비교 경쟁
- 며칠 뒤 있을 수행평가 – 논술형 서술 문제
- 정기적으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
- 그리고 몇 년 뒤, 수능 혹은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관문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그래서 부모로서도 불확실한 먼 미래 이야기보다 당장의 수행평가에 더 마음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가 후에 만들어낼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면 그전처럼 수행평가 점수 하나하나에 목매게 되지 않을 것이다.
수능 국어의 다양한 지문들은 단순히 ‘읽는’ 시험이 아니다. 정보를 정리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며, 주장을 구조화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논리적 구조에 익숙한 아이들은 A라는 주장을 읽고 나면 그 뒤에 따라올 a, b, c의 근거들을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유추를 완성시켜 주는 마지막 한 방은, 결국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 즉 독서량이 결정짓게 될 것이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다. 조건을 해석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라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 논증의 영역이다. 고1까지는 논리적 이해 없이도 반복 숙달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문과 학생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고2~고3 단계에서는 논리적 사고 구조 없이는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렵다. 그것이 바로 수포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영어는 어떠한가. 언어만 다를 뿐, 문제는 국어처럼 논리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일 것이다.
결국 수능은 ‘생각하는 힘’을 묻는 시험이다.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에는 바로 ‘논리적 사고력’이 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는 과목에 따라 수행평가가 내신의 30~50%를 차지하며, 이 중 상당수가 논술형 서술·발표형 평가다. 국어, 사회, 과학, 도덕 과목에서 이미 발표 수업과 토론 수업이 널리 활용되고 있고,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을 측정하는 글쓰기형 과제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즉, 단지 시험만 잘 보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말하고 글로 써내는 능력이 중요해졌고, 이 모든 평가의 바탕은 논리력이다.
논리적 사고는 단지 글을 쓰는 능력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발표, 면접, 토론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사고가 정돈된 사람만이 말도 정리할 수 있고, 글도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다.
논리적 사고력의 진짜 위력은 ‘장기 성장 곡선’에서 드러난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아이는 문제를 곧바로 풀기보다, 먼저 문제를 해체하고,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변수와 해석을 시도한다. 그 사고 과정은 마치 세포 분열과도 같다. 하나의 생각이 둘로, 셋으로, 끝없이 갈라지며 더 넓고 깊은 사고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의 세포 분열 속도가 빠른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압도적인 성장 속도를 보이게 된다. 초반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시간 축에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실생활 속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논리적 사고를 훈련한 아이는 멈추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스스로 해결하며 다시 나아간다.
반면, 그런 구조적 사고를 익히지 못한 아이는 문제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고장 난 자전거처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되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는 선우리는 종종 ‘공부 괴물’을 보며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괴물은,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훈련하며 만들어진다. 그 힘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질문하고, 구조화하고, 반박하고, 설득해 나가는 꾸준한 논리 훈련 속에서 조금씩 길러진다.
그리고 이 힘은, 사회에 나가는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체감된다. 대학 4년 동안의 학문적 훈련, 취업 준비의 치열한 경쟁, 직장 업무수행능력,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까지—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아이는 그 모든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
아무리 시작이 느린 아이라도 그런 논리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잠재력을 발휘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이다.
가슴 설레지 않는가? 내 아이가 그러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것은 지식의 골격이고, 배움의 체계이며, 성장을 위한 구조다.
논리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 위에 특별함이 세워진다.
(다음 편에서는 논리적인 아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들은 많이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