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더 김키미
조손 가정에서 외동으로 자란 혜민은 매우 내성적인 아이였다. 다행히 초등학교에 진학한 후 곧잘 친구도 사귀고 임원을 할 정도로 사회성을 길렀고, 항상 든든한 빽이었던 할머니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공부도 곧잘 했지만, 혜민이 중학교 1학년 때 할머니께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후 공부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가 외적 요인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뒤이어 할아버지에 아버지까지 건강이 나빠지면서 학업과 병간호를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학을 갈 형편이 되지 않아 진학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슬퍼할 겨를도 힘들다는 투정을 들어줄 이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직업전문학교에서 웹디자인 자격증 과정을 무료로 수강하고 자격증 하나를 손에 쥐었다. 직원 2명이 전부인 온라인 쇼핑몰이 그의 첫 정식 직장이었고, 이후 조금 더 큰 쇼핑몰로 자리를 옮겨 쇼핑몰에서 일어나는 모든 프로세스 실무를 경험했다. 그렇게 경력을 쌓아가다가 본격적으로 IT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실력을 인증받아 대기업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고졸이라는 그의 최종학력이 발목을 잡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결정한 지 10년이 지난 후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장을 가지게는 되었지만 어떤 제도권 안에 있거나 소속이 되는 것 자체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견고해졌다. 목표가 학벌을 향하기보다 자기 내면을 향해야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지금은 퇴사하여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의 마지막 이력은 카카오 브런치스토리팀의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브런치스토리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카오의 출간 플랫폼으로 브랜드마케터로서 많은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는 일을 했다. 작가가 글을 쓰는 목적이 퍼스널브랜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자연스레 자신의 퍼스널브랜딩을 고민했고 그 과정을 책 속에 담아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선택적 고졸 학력으로 꾸준히 이력을 만들어 가다가, 편견과 불합리를 겪으며 필요에 의해 대졸자가 되고, 프로젝트매니저로 일하기까지 그녀의 내적 갈등을 짐작해 본다.
혜민이라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름보다는 한 번에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kimmy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브랜더’가 되기로 했다. ‘브랜더’는 자신을 브랜딩 하며 사는 사람을 말하는데, 내 입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타인이 ‘당신은 이런 사람이군요’라고 알아봐 주는 거란다. 우리에게는 여러 개의 자아가 있고 그중에는 보여주고 싶은 자아와 혼자 간직하고 싶은 자아가 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다듬어가다 보면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우선인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한 번에 몰입하고 끝내는 미션이 아니기에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내면과의 대화를 이어가라고 조언한다. 스스로를 칭찬하는 습관이 그에게는 가장 효과가 있었다. 셀프 칭찬일기를 썼는데 시간 관리를 잘하는,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자신을 칭찬하면서 알아간 자기다움이었다.
어린 날의 김혜민에게는 힘든 순간순간을 너무 씩씩하게 잘 지낸 것, 주체적으로 자기를 이끄는 삶을 살아간 것이 참 대견하다는 말과 위로를 건네고 싶고, 현재의 김키미에게는 이제라도 퍼스널브랜딩이 무엇인지 알려줘서 너무 고맙다는 감사의 말과 함께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의 책 ‘나는 오늘부터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읽은 후 나도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나를 이루는 점들을 써내려 가고, 그중 가장 보이고 싶은 모습을 찾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날의 꿈이 떠올랐다. ‘그걸 해서 뭘 어쩌려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재밌어서’라고 말하겠다. 재밌게 하다 보니 나를 더욱 잘 알게 되어 좋고, 그 과정이 충분히 재미있었으니 그걸로 족한다. 가볍지만 진지하게 퍼스널브랜딩에 도전해 보기 바란다.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연재를 마치며
지금쯤 당신의 마음속에 무언가 꿈틀대는 것을 감지했는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당장은 써먹을 것이 없어 보여도 살다 보니 언젠가 꺼내 쓸 데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쩌다 만나 영감을 준 이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했고, 좋아하는 일에 도전했다. 실패하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무언가를 찾거나 그냥 버텨보기도 했다. 방향은 다를지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와닿지 않더라도 나중에 또 다른 매체에서 만났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네 마음속 불씨가 꺼지지 않게 잘 간직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