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한달동안
겨울방학에 아이와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후보지들은 제법 많다. 가까운 곳부터 저 멀리까지 수많은 나라들 가운데 내가 호주를 택한 이유 "가봤는데 다시 가고 싶더라"
재 작년에도 겨울 방학을 두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이제 초등 중학년을 지나고 있는데 나도 영어 교육을 위해서 영어 캠프를 보내야 하나? 한 달 살기도 좋아 보이던데? 매일 밤마다 눈이 시뻘게지도록 폰을 잡고 랜선으로 동남아부터 미국까지 이미 전 세계를 한 바퀴 돌아본 느낌이 들 정도로 검색을 했던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검색하며 내렸던 결론. 나는 아이만 보내는 영어 캠프는 싫다. 가려면 같이 가야지. 그런데 가서 어학 캠프를 보내는 것도 싫다. 한국 아이들끼리 있는 어학 캠프에 보내봤자 경험은 될지언정 영어 실력이 늘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단기로 현지 학교에 들어가는 방법이 좋아 보이나 아직 아이의 영어 실력이 영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에이 그렇다면 그냥 동남아 한 달을 갈 돈으로 호주 여행을 가볼까? 영어권이니까 여행하다 보면 영어를 써 볼 일이 생기지 않겠어? 맞아 사실 해외에서 아이랑 한 달이나 지낼 자신도 없었어...
결국 나는 2004년 1월엔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와 넷이서 호주로 10박 12일의 여행을 떠났더랬다.
그리고 그 10박의 여행이 지난겨울 호주의 한 달 살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중에 머물렀던 브리즈번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여유로워 보이는 일상, 강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 도심 속 인공 비치까지 아이들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친절한 도시 브리즈번이 그냥 참 좋았더랬다. 그래서 돌아와서도 한동안 호주 앓이를 하다 이번 겨울엔 용기를 내 한 달 살기에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곳에서 여유롭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고, 작년 여행을 준비하면서 호주라는 나라는 방학 기간 동안 도서관 및 박물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무료 체험 수업이 많이 열린다는 것과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홀리데이 캠프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지라 아이를 홀리데이 캠프에 보내고 강변의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플랫화이트를 즐기며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미 나는 브리즈번의 한 카페에 앉아 있는 듯했다. 게다가 한 번 다녀와서 이미 조금은 알고 있는 동네가 아닌가? 여행 계획을 새로 짤 필요도 없이 그냥 했던 것만 하면 되잖아!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겁쟁이에 소심한 나는 결국 혼자서는 못 가고 옆집 엄마를 꼬셔서 한 달 살기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호주에서 돌아온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있다. 왜 이리 시간이 빠른지 이미 호주에서의 한 달은 꿈같이 멀리 느껴지지만 이제 글을 통해 호주에서의 나날들을 정리해 보며 나처럼 용기가 없어 고민만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이번 겨울은 호주에서 보내보지 않겠냐고 살짝 등을 떠밀어 주고 싶다. 자 그러니 오늘부터 이번 겨울 방학 호주 한 달 살기! 준비해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