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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기.호주 브리즈번에서 나는

한 달 살기의 매력. 내가 갖고 싶었던 시간들

by Youya

아이들을 캠프에 보낸 첫날. 나는 드디어 호주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부모님과 여행으로 왔을 때는 도저히 가질 수 없었던 그래서 예쁜 거리와 카페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저기서 혼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런 시간이 오는구나.

같이 온 친구는 사실 글쓰기를 업으로 가지고 있는데 몇 달 남지 않은 마감 덕분에 못 가겠다는 사람을 글쓰기 시간을 확보해 주겠다며 꼬셔서 데리고 왔다. 그리하여 친구는 숙소에서 글을 쓰고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막상 시간이 주어지니 뭘 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했었는데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트레인 안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퀸스트리트 거리의 한복판에 있던 그 카페에 가보기로 한다. 집순이인 나는 한국에서도 좀처럼 혼자 카페에 가는 일이 없는데 이런 게 해보고 싶다니 여행의 힘인가 싶다.


카페에서 머핀과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첫날은 그렇게 한참을 혼자 그 시간을 만끽했다.

혼자서 마트를 둘러보는 시간도 즐겁다. 평소엔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필요한 것만 사기 바빴는데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고 감탄하며 입구부터 계산대까지 세상 느긋한 장보기를 한다. 호주는 참 크게 키우는구나.. 하며. 사람들도 크고 나무들도 크더니 버섯도 청경채도 가지도 다 크다. 나 빼고 다 큰 것 같아서 내가 소인국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그렇다. 쳇.

중간중간 Tiny Door를 찾으러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세상엔 재미난 사람들이 참 많다.

어떤 날은 요새 인기라는 유명 크로와상집을 찾아가 빵을 사서 글을 잘 쓰고 있는 친구를 방해하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친구와 둘이 카페에 가고 점심도 먹으며 한참 수다를 떨고

다시 또 혼자 새로운 마트 구경을 간다. 도넛 피치. 이름이 딱이다. 물가 비싼 호주에서 그나마 싼 게 과일과 고기. 덕분에 원 없이 먹었다.

브리즈번의 가로수길이라는 곳도 혼자 찾아가 보고 생각보다 볼 것이 없음에 혼자 오길 다행이다. 하며 행선지를 옮겨 강을 따라 하염없이 걷다가 경치에 감탄하고 때마침 오는 페리를 타고 또 흘러가본다.

첫날 가보려다 휴일인 관계로 못 갔던 큐빅스는 어쩌다 보니 브리즈번 막바지에나 가게 되었는데 일찍 가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따뜻한 바나나 브레드에 약간의 캐러멜향. 사람들이 많을 때는 이유가 있다.

혼자서 명품거리 아이쇼핑까지. 오픈런을 한다는 우리나라의 매장과는 달리 모든 명품 매장이 여유롭다. 그리고 내가 후줄근하게 가도 친절한 것이 돈 많은 중국인으로 보이는 것일까 추측해 보며 예쁜 명품들을 눈에만 담았다.


이렇게 브리즈번에서의 나의 시간은 생각보다 잘 흘러갔고 골드코스트부터는 캠프가 없었기에 다시 우리는 일심동체로 다니게 된다.


몇 번의 한 달 살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아이와 떨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나의 만족도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도 엄마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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