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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기. 호주 어디서 머물까?

숙박비가 너무 비싸

by Youya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큰 일 두 가지는 항공권과 숙박이다. 그리고 숙박은 항공권보다도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무엇보다 한 달 살기인 만큼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보니 나와 내 친구도 수없이 많은 날들을 숙소 검색으로 보내다 지쳐 결국엔 '고마 그냥 거기서 지내자'라고 하며 호주 하면 빠뜨릴 수 없는 메리톤에서 27박을 하게 되었다.


호주는 물가가 참 사악하다. 재작년에 10박 여행을 할 때에도 항공권부터 예매해 두고 숙소를 검색했다가 너무 비싼 숙박료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던 터라 이번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검색을 시작했으나 역시나 27박의 숙박료는 진짜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시드니의 숙박료는 더 무시무시해서 사실 처음에 브리즈번에서 한 달을 생각했던 이유 중에는 브리즈번이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시드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결국 우리가 메리톤을 택했던 이유들은...


호주에서 숙박할만한 곳은 호텔, 레지던스 호텔, 에어비앤비 정도가 보였다. 짧은 여행이라면 조식이 나오고 시설이 좋은 호텔을 염두에 둘 수도 있었으나 나는 그 가격에 방 한 칸에서 한 달 동안 애랑 둘이 지지고 볶을 자신이 없었고 외식비가 비싼 호주에서 길게 지내려면 요리가 가능한 곳이 유리했기에 레지던스 호텔이나 에어비앤비가 필요했는데 에어비앤비는 레지던스 호텔 보다 벌레와 마주칠 확률이 높아 보여서 + 의외로 에어컨이 없는 에어비앤비들이 많아서 몇 개 검색해 보다 바로 포기했다. 게다가 좋아 보이는 에어비앤비 숙소는 숙박료도 제법 높았다. 그래서 결국 남은 것이 레지던스 호텔이었다.


이쯤 해서 나의 추천은

일단 메리톤으로 예약부터 먼저 하시라는 것이다. 메리톤은 호주 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체인 레지던스 호텔이다. 여러 숙박 예약 사이트들보다 공홈(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는 것이 저렴한 편인데 가장 큰 장점은 전날 오후 2시까지 무료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일단 메리톤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시고(멤버십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며 예약 확인 취소 시에도 더 편함) 예약부터 하시길 권한다. 예약취소와 재예약을 반복한다고 해서 특별히 페널티가 생기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니 예약해 놓고 다른 곳들을 검색해 보다가 더 괜찮은 곳이 있으면 메리톤은 취소하면 그만이다. 또 가끔 가격이 낮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틈틈이 들어가서 가격 확인을 해보고 가격이 낮아졌으면 얼른 새롭게 예약을 하고 기존 예약을 취소하면 된다. 참고하시라고 작년 금액을 올려 본다. (24년 7월 초 예약) 지금 봐도 숙박료가 엄청나다. 열심히 일해야겠다.


브리즈번 : 메리톤 허쉘(25.1.12 - 1.27) 15박, 원베드룸, 3011 AUD+카드수수료 : 3060.98 AUD

골드코스트 : 메리톤 서퍼스파라다이스(25.1.27 - 2.1) 5박 원베드 코스트 스위트룸(바다 전망)

972 AUD+카드수수료(유일하게 가격이 떨어져서 여행 중 재예약) : 988.14 AUD

시드니 : 메리톤 켄트(25.2.1 - 2.8) 7박 원베드룸, 1873 AUD+카드수수료 : 1904.09 AUD


총 27박 : 5953.21 AUD



뭐 결국 찾고 찾다 지쳐서 그냥 세 곳 모두 메리톤에서 지내게 되긴 했지만 나는 작년 7월에 브리즈번 메리톤, 골드코스트 메리톤, 시드니 메리톤 세 곳을 예약해 뒀었는데 골드코스트를 제외한 시드니와 브리즈번은 둘 다 연말로 갈수록 가격이 훨씬 높아졌었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길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를 꼭 끌어안으며 칭찬했다. 재작년엔 예약해 두고 여행 2주 전에 가격이 훅 떨어져서 재예약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일찍 해서 그런지 처음 가격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고(골드코스트만 떨어짐) 보면 아시겠지만 시드니의 숙박료가 브리즈번 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골드코스트는 의외로 가격이 저렴했다. 사실 숙소 만족도는 골드코스트가 제일 높았는데 말이다.

아! 많은 메리톤들 중에 각 지역에서 위의 메리톤들로 택한 이유. 모든 숙소는 외곽으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을 알고 있고 대중교통이 좋아서 외곽이어도 이동에 불편함이 없는 것 또한 알고 있었으나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인간이어서 분명 중심가와 떨어지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중심가 주변의 숙소이면서 가격이 괜찮은 곳들을 위주로 찾아보았다. 물론 더 길게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으면 조금 더 외곽 지역도 고려했을 것 같다.


브리즈번의 경우 메리톤 중 중심 거리와 가까운 것이 메리톤 허쉘이다. 제일 길게 숙박할 곳이라 정말 많은 검색을 했고 인공비치가 가까운 사우스뱅크 지역이나 퀸스트리트몰이 있는 완전 중심 지역에서 머물고 싶은 욕심이 있었으나 가격의 부담이 있었고 사우스 뱅크 쪽에서는 맘에 드는 숙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고민 고민 하다가 포기했다. 메리톤 허쉘은 중심 거리부터 조금 걸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으나 가격 면에서 매력적이고 로마스트리트역이 가까워서 골드코스트나 공항으로 이동할 때 기차나 버스를 타기 쉬운 장점이 있다. 또한 여행이나 한 달 살기를 하는 한국 가족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기도 하다. 각각의 숙소는 뒤에서 자세히 한 번 더 소개할까 한다.


골드코스트는 메인 비치인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사우스포트 지역에 메리톤이 있다. 또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메리톤을 보긴 했는데 언제 완공인지는 모르겠다.(완공된 것 같기도 하다 메리톤 브로드비치가 작년에도 있었는지 새로 생긴 것인지 가물 거리지만 아무튼 세 곳이 나온다) 메리톤 서퍼스 파라다이스는 서퍼스 비치 중심 거리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트램으로 한두 정거장) 트램 정류장에서 진짜 가깝다. 캐리어와 아이를 데리고 브리즈번에서 이동하던 날도 시드니로 이동하던 날도 트램이 가까워서 정말 편하고 좋았다. 하지만 골드코스트는 트램 정류장 사이 간격이 짧아서 어지간한 숙소들도 다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메리톤 서퍼스 파라다이스 정문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해안가이고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메인 거리도 금방인 것처럼 느껴진다.

메리톤 사우스포트는 서퍼스 파라다이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주변에 공원과 물놀이장, 가볼 만한 테마 여행지가 가깝고 트램 정류장도 가깝다. 하지만 나는 바다 앞에서 살아 보고 싶었고 맨발로 해안가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무조건 서퍼스 파라다이스 쪽으로 잡았고 잘한 일이었다. 역시 취향에 맞게 골라야 한다. 여담이지만 작년의 경우 사우스포트 메리톤은 바퀴벌레 이슈가 조금 있었다.


시드니는 가장 많은 메리톤들이 있다. 메리톤 피트, 메리톤 서세스, 메리톤 월드 타워, 메리톤 캠벨, 메리톤 켄트.. 중심가에만 저 정도이고 모두 한 두 블록 차이들이 있다 보니 메리톤 중에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많이 고민스럽다. 나는 심각한 방향치여서 그냥 재작년에 갔던 메리톤 켄트를 다시 선택했는데 (바로 코 앞에 월드타워가 있어서 고민했는데 월드타워에 내가 찾는 방타입이 없었다) 다시 가보니 왜 이리 낡아 보이는지 묵었던 메리톤 중에서 시설이 제일 맘에 안 들었고 주말 밤에는 꽤나 시끄러웠다. 위치는 참 좋은 편인데 시드니 같은 경우는 뭐랄까 서울 여행 가서 시청에서 광화문으로 종로로 맘먹고 걸으면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다닐 수 있는 도시이다. 그 안에 옹기종기 워낙 많은 선택지들이 있어서 중심지 근처 숙소라면 어지간하면 위치는 다 좋다고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호주 여행 경비 중 숙소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나 같은 경우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서는 숙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제법 있었다면 시드니는 거의 숙소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아이와 가는 여행이라면 아이의 나이와 체력들을 잘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겠다면 가까운 게 최고일 수 있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외곽의 조용한 동네의 숙소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멀더라도 매일 걷던 길, 매일 타던 버스가 그리워질 수 있으니 결국 자신의 성향과 우선순위들을 잘 생각해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또한 아이만 생각하지 말고 엄마의 취향 또한 잊지 말자. 그리고 다소 불만이 생기는 숙소와 함께이더라도 적당히 적응해서 지내고 오면 또 추억으로 변하기 마련이니 너무 후회를 하다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한 달 살기를 망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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