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여름이지
아이와 한 달 살기를 계획할 때 호주는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 초등 자녀를 둔 경우라면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학기 중 장기 여행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에 여름 방학 아니면 겨울 방학일 뿐인데 자연스럽게 긴 겨울 방학 기간인 12, 1, 2월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아이가 미취학이라면 학교 일정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봄, 가을 여행도 가능하겠으나 그럼에도 호주의 여름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의 계절을 가지고 있는 호주는 12월부터 1, 2월까지 한여름이다. 한여름인 만큼 한낮의 더위가 만만치는 않지만 여러 유명한 해변에서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을 놓치기엔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에 주변의 누군가가 호주를 아이와 간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겨울에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 이전 글에서 이미 썼지만 호주의 방학 동안에는 홀리데이(스포츠 캠프가 많음) 캠프 및 여러 다양한 체험(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열리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나 같은 경우 '호주에서 한 달 살기'의 목적 = '아들의 영어 발화 경험'이었기에 호주의 방학 기간을 놓칠 수 없었다. 작년에 아무 생각 없이 '영어권 국가로 여행을 가면 애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쓸 일이 생기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크나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미 몸소 체험했다. 물론 소소한 물건 사기, 주문하기 정도의 경험은 가능하겠으나 의외로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고 아이의 영어 실력도 주변의 소리들을 영어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더욱 작년에 여행 준비를 하며 알게 된 여러 캠프나 체험들을 제대로 이용해 보는 한 달 살기를 꿈꾸었으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탓이었을까 이번에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목적과 비슷한 느낌으로 한 달 살기를 계획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이 글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왜 절반의 성공이었는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호주의 방학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는데 각종 체험과 홀리데이 캠프는 호주의 방학 기간에 열리기 때문이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4학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방학이 4번이고 제일 긴 방학은 겨울 방학이다. 올해 기준으로 검색해 보면 대략 아래와 같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겨울 방학이 Term4와 겹쳐지는데 약 12월 중순부터 1월 말까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호주는 주마다 방학기간이 다르고 같은 주의 학교들은 방학기간이 통일된 느낌이다. 따라서 가려는 지역의 방학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스주(NSW),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는 퀸즐랜드주(QLD), 멜버른은 빅토리아주(Victoria)에 속한다.
내가 한 실수
방학 날짜가 주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고 열심히 검색해서 2025년의 경우 시드니는 2월 첫 주,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는 1월 마지막주에 개학을 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후 의기양양하게 '여행 일정이 완벽하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연말이 되어 캠프 일정들이 나왔을 때 당황했다. 개학이 2월 첫 주라고 개학날 전까지 캠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착각이었다. 시드니고 브리즈번이고.. 미술관, 박물관, 홀리데이 캠프 등 거의 모든 체험들이 1월 넷째 주 주말을(2025년 기준 1월 26일) 끝으로 막을 내렸던 것이다. 보통 여러 체험 프로그램들은 날짜가 가까워져야 계획이 공지가 되기에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일정 수정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결국 스포츠 캠프는 브리즈번에 있는 2주 동안만 가능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보내려고 생각했던 UQ스포츠 캠프가 2025년 1월에는 개설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캠프 공지가 안 뜨지 하며 마냥 기다리지 말고 미리 메일을 보내서 개설 여부를 확인했으면 좋았을 것을 요샌 영어 번역기도 있는데 그놈의 영어가 부담스럽다고 확인을 안 한 결과다. 그 이후로 몇 날 며칠을 미친 듯이 검색해서 결국 갈만한 스포츠 캠프를 찾기는 했지만 격일 수업이었고 결국 '캠프 체험'이라는 목표는 우스워졌다. 그나마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기대 안 했던 스포츠 캠프의 만족도가 꽤 높았던 덕분이다. 그리고 사실 한 달 살기는 그 자체로 참 좋았다.
2026년의 경우 검색해 보니 1월 27일 화요일이 개학인 곳들이 많다. 아마도 작년과 비슷하다면 체험이나 캠프들은 1월 25일쯤이면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확인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위의 내용들을 기초 정보로 하여 일정을 잡아보면 좋을 것 같다. ( 각종 프로그램의 시작 일이 명확하지 않네요. 대략 12월 마지막 주부터 시작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행사, 특히 시드니 같은 경우 새해 불꽃 행사가 크게 열리기 때문에 1월보다 항공료와 숙박비가 높아집니다. 하지만 다양한 행사가 많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일정을 계획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호주 한 달 살기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셨을까요?)
참고 1. 스포츠 캠프는 하루 수업도 가능하고 3일도 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가서 하루 체험을 해보고 괜찮으면 연장해서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수업의 경우는 미리 마감이 된다.
참고 2. 겨울 방학이 아닌 경우에도 Term1,2,3 2주간의 방학 중 1주일 정도씩은 캠프들이 생기는 것 같다.
참고 3. 1월초에 저가 항공으로 브리즈번으로 와서 2주간 바짝 스포츠 캠프 및 여러 체험들을 알차게 하고 돌아가는 집을 보며 베테랑의 향기를 느꼈다. 똑같이 두번째 호주 방문인데 나는 왜이리 아직도 어리버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