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첫날.
2025.1.12 일요일
비행기는 큰 난기류 없이 무난하게 약 10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브리즈번 공항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하지만 비행기의 묵은 때마저 벗겨버릴 듯한 기세로 비행기 창을 세차게 때리고 있는 폭우에 가까운 빗줄기가 날 당황시켰다. 그래도 뭐 어차피 우버 타고 들어가면 되니까.. 시드니도 그렇고 브리즈번도 그렇고 공항과 시내가 크게 멀지 않다는 것(차로 15-20분)은 한 달 살기 짐을 이고 지고 가는 나 같은 엄마들에게는 꽤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공항에서 짐을 찾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중 공항 탐지견이 잠시 내려놓은 내 백팩에서 냄새를 맡더니 백팩 앞에 주저앉아서 안 간다... 아니 왜... 기내식에서 남은 빵을 넣어둬서? 아무튼 직원이 가라는 곳으로 가서 백팩을 탈탈 털어서 짐수색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히 이상은 없었고 계속해서 과일이나 샌드위치 같은 게 있냐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없는데요.. 몇 번을 더 짐을 뒤지고 직원들끼리도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냥 보내주었다. 아휴 시작부터 뭔가 꼬이는 느낌.
어쨌든 출국장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옵터스에서 이심 깔고 우버 승강장(ride share)으로 간다. 한 번 와본 곳이라는 장점이 크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은 참 편한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드니나 브리즈번은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거리가 가깝다. - 우리가 숙박할 메리톤 허쉘까지 20분 정도면 충분했다.(우버 xl 50.42 AUD), 우리는 엄마 2, 아이 2 커다란 캐리어가 2, 잡다한 짐들이 있어서 XL 사이즈로 호출했고 딱 적당했다.
메리톤의 리셉션 데스크는 158센티의 단신인 나에게는 여전히 높다. 까치발을 들고 체크인 후 짐을 맡기고 나니 8시 반이 조금 넘었고 첫 끼니를 어디서 먹어볼까 하는데 일요일 이 시간엔 문연 곳이 많이 없었다. 게다가 아침 식사로 찍어 두었던 카페가 일요일은 휴무라니.. 그냥 눈에 보이는 - 숙소와 제일 가까운 카페를 찾아 소파에 앉아 피곤함을 조금 달래기로 한다.
그래도 앉아 있으니 살 것 같더라. 밤 비행기는 역시 힘들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목베개도 소용없었고 다음부터는 짐만 되는 목베개는 놓고 오련다. 어쨌든 미술관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이동할 때까지 잘 쉬었다.
그사이 공항의 폭우가 잊힐 만큼 날이 갰다.
첫날부터 힘들게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으나 체크인은 아무리 빨라도 12시는 지나야 될 것 같으니 할 수 없지. 날씨도 쨍~해졌으니 신나게 걸어본다.
호주의 미술관들은 가봤던 곳들은 모두 아이들을 위한 가벼운 체험 공간들이 있었다. 일단 왔으니 신고식을 해야지.. 미술관에서 그림 한 장 그리고 전시를 가볍게 관람한다.
그런데 바로 옆 퀸즐랜드 도서관으로 이동하려고 보니 다시 폭우가 내리고 있는 것.. 실화? 메리톤에서 빌렸던 우산도 반납하고 왔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할 수 없다. 저기까지 뛰자!
퀸즐랜드 도서관 1층에서는 자유롭게 만드는 테이블이 운영되고 있었다. 방학 중이라 홀리데이 체험이 많다.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하다는 호주, 한 달 동안 다녀보니 확실히 아이들에게 관대함이 느껴진다. 가끔은 저렇게 자유롭게 내버려둬도 버릇이 나빠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 보이는 나라이다. 그래서 요새 한국 엄마들에게 더욱 한 달 살기 좋은 곳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숙소에서 입실 가능 문자가 왔다. 다행히 그새 또 그친 비. 이날 몇 번이나 비가 폭우와 햇빛 사이를 오갔는지 모르겠다.
암튼 숙소에서 짐 정리도 하고 조금 휴식 후 시내로 장 보러 나가기로 한다. 메리톤 허쉘에서 퀸 스트리트 거리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운동하기 딱 좋은 정도이다.
콜스에서 장 보고, 그 나라의 마트에서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식품들을 비교하는 것만큼 재미난 일도 없다. 채소들 이름도 영어로 익힐 겸 말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tiny door를 한 개 찾았다. 작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인데 올해 여행 준비를 하며 알게 된 tiny door. 브리즈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브리즈번에서 머무르는 15일 동안 몇 개의 문들을 찾을 수 있을까? 은근 기대가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가볍게 차려 먹고 첫날을 마무리했다.
오늘부터 27박.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