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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살기. 호주 브리즈번의 나날

브리즈번에서 아이와

by Youya

호주에서의 첫날밤을 잘 보낸 다음 날.

이 날은 아이들의 스포츠 홀리데이 캠프의 첫날이었다. 첫날은 길을 잘 몰라 구글이 시키는 대로 로마스트리트역의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스포츠센터를 찾아갔었는데 가다 보니 버스 정류장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에노게라역이 보인다. 어? 그럼 트레인을 타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아이들을 무사히 스포츠 센터에 넣어두고 분위기를 본 후 돌아가는 길을 고민해 보기로 했다.

스포츠 센터는 작지만 실내여서 덥지 않고 쾌적했다. 게다가 무려 정수기가 있었다. 호주를 여행하며 정수기를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니... 무엇보다 물통만 보내면 되니까 너무 반가웠다. 스포츠 센터의 연령대는 생각보다 어려서 이제 초5를 앞두고 있는 아이들이 시시해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으나 잠시 지켜보다가 우리는 이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돌아 나왔다.

아까 봐뒀던 에노게라역을 가보자! 노선표를 보니까 와! 로마스트리트역까지 연결된다. 작년에 여행으로 5일 동안 브리즈번에 머물 때 트레인은 골드코스트에 갈 때 딱 한 번만 이용해서 사실 트레인에 대해 잘 몰랐고 조금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에 브리즈번에 15일을 있으면서 무엇보다 잘 이용한 것이 트레인이었다.

브리즈번의 교통수단은 버스, 트레인, 페리가 있는데 버스는 이번에 한두 번 타보고 거의 안 탔다. 브리즈번 메인 시내는 희한하게도 지하를 뚫어서 차들이 죄다 지하로 다니도록 해두었는데 이게 너무 버스 안에서 답답하다. 그리고 버스가 왜 이리 달달대는지... 너무 싫었던 참에 트레인의 맛을 보고는 거의 트레인으로 많이 다녔다. 특히 우리 숙소는 로마스트리트역에서 5분 거리인 데다가 로마스트리트 역은 모든 노선이 거의 통과하는 큰 역이어서 다니기에 너무 좋아서 더운 날은 반대편 사우스뱅크를 갈 때도 한두 정거장을 그냥 타고 다녔다. 게다가 우리가 여행을 갔던 시기의 퀸즐랜드주는(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대중교통 장려? 이벤트로 모든 구간을 50센트(맞나? 벌써 기억이 가물..)로 할인했기 때문에 교통비가 비싼 호주에서 상당히 많은 절약을 할 수 있었다.


* 대신 노선을 잘 보고 타야 한다. 그리고 승강장이 매번 바뀔 수 있다. 하나의 승강장을 여러 호선의 트레인이 공유하기 때문에 트레인이 왔다고 덥석 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로 그 자리에 지금 오는 트레인은 1호선이지만 그다음 트레인은 2호선일 수 있다는 얘기다. *

며칠 다니며 점점 익숙해지니 아이들이 자기 둘이서도 갈 수 있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첫날 아이들 마중을 갔을 때 스포츠센터 문이 열리는 순간 참 떨렸다. 아이들 표정이 어떨지.. 내일부터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하지만 아이들 표정이 굉장히 밝아서 아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더랬다.

9시부터 3시까지 시간마다 프로그램을 바꿔가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딱 봐도 지들이 제일 큰데 워낙 정신연령이 낮아서 그런지 너무 좋단다. 하긴 인종차별이 있음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어린아이들은 그런 것도 없고 오히려 안심이긴 했다.

격일로 2주 동안 5회를 보냈는데 5회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가는 동안 싸줬던 점심.

삼각김밥을 싸줬더니 아이들이 신기하게 보더라며 빵을 싸달라고 하던..

바로 옆이 에노게라 역이다. 역에서 내려가는 저 계단이 그리워진다.

암튼 브리즈번에서 보낸 2주 동안 이 스포츠 센터의 존재가 참 감사했다. 보내려던 스포츠캠프 개설이 안되어서 급하게 알아본 곳 치고는 만족도가 높았다.

스포츠캠프가 격일이었기에 사이사이에 다른 체험들을 끼워 넣었고 마침 하루짜리 농구캠프가 보여서 신청했다. 하루지만 티셔츠까지 사야 해서 체험 중에 제일 비쌌었는데 제일 만족도가 낮았다. 이유는... 너무 빡세서!!

데리러 가보니 애가 시뻘게져서 얼굴이 퉁퉁 심술이 가득하다. 사실 우리 애는 운동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농구캠프는 진짜 운동에 진심인 캠프였던 것;;; 9시-3시까지 극기훈련을 했나보다. 어휴 하루짜리여서 다행이었다.

브리즈번 스퀘어 도서관에서 있어던 싱킹? 무슨 수업? 생각보다 참여하는 학생이 적었지만 그래도 한 시간 잘 보내더라.

브리즈번 스퀘어 도서관은 책 보기도 좋고 잘 되어있는데 반해 체험 수업은 부실했다.

여기는 브리즈번 시청과 붙어있는 MOB

여기서도 방학기간 내내 여러 체험들이 있었고

무료인 것도 있고 유료인 것들도 있었고

그래고 만들기 테이블은 박물관이라면 어디든지 있다.

여기도 MOB

박물관이 크지는 않지만 한 번쯤 둘러볼만하다.

MOB 유료 체험

무슨 모험가? 였는데

시청 1층에 모여서 박물관으로 올라갔고 한국인들도 많았다.

박물관 전시품들을 설명도 해주고

사진 속 활동은 작품사진 찍기였나.. 그렇다;;

약 한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졌던 활동

퀸즐랜드 도서관 1층


퀸즐랜드 도서관 1층은 굉장히 자유로워서 처음 갔을 땐 도서관에서 저래도 되나? 싶은 자세들이 많아서 놀랐었는데 암튼 방학기간에 1층 여기에서 저기 다양한 활동들이 열린다.


여기는 안내 데스크에서 왼쪽으로 쭉 들어오면 있던 공간.

3일 동안 날마다 다른 체험이 있었는데

우리는 스포츠캠프가 있어서 하루밖에 못 간 게 아쉬웠다. 에코백에 호주 원주민들의 전통 무늬 찍기였는데 얇은 에코백이지만 여행 내내 요긴하게 썼다.

퀸즐랜드 도서관 한편에

초상화 그리기 책상이 있어서 아들이랑 마주 보고 얼굴을 그려봤다.

밖으로 보이는 강의 경치도 훌륭해서 참 좋았던 퀸즐랜드 도서관..

퀸즐랜드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는 다른 형태로 2층이상부터는 갈 일이 거의 없게 생긴 도서관이지만 1층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퀸즐랜드 박물관 지하의 스파크랩


과학체험관인데 아이들이 참 좋아하고 시간마다 실험도 보여준다. 14,15세? 미만은 무조건 보호자와 함께 해야 한다.

유료지만 가볼 만한 곳. 1층, 2층의 박물관 전시도 볼만하고 특별전도 같이 열리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이집트전시가 열려서 관람했는데 좀... 시시했다.

론파인 동물원 주키퍼 체험

(8시-1시까지 유료체험)

하필이면 정말 브리즈번에 있던 날 중 최고로 더운 날이었다. 나름 기대했던 체험이었는데 체험을 끝낸 아들의 얼굴이 진짜 너무 익어있더라.


브리즈번에 한 달 살기 하는 엄마들이 참 많다고 느낀 것이... 저 날 10팀이 있었다면 그중 반이 한국인이었다. ㅋㅋㅋ 그래서 애들 체험 보내고 남은 엄마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날.


브리즈번에서 지내면서 했던 여러 체험들을 정리해 보았다. 브리즈번에 있는 동안은 호주 방학 기간과 맞물려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알찼던 것 같다. 한 달 정도 전부터 박물관 및 도서관 홈페이지의 What'on 메뉴를 찾아보고 미리 예약이 필요한 것들은 해두면 좋은데.. 호주는 경우에 따라 환불이 어려운 것도 같아서 조금은 신중하게 예약하시길...

체험들이 초저까지 경험하기 좋은 것들이 많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왔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브리즈번이었다.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큰 건지... 옛날엔 길바닥에 개미만 쳐다봐도 신기해하던 아이가 이제 점점 핸드폰과 게임 속으로 빠져들어가며 점점 호기심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참 아쉽기만 하다. 호주에서의 한 달이 먼 훗날 너에게는 어떻게 기억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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