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나는 여름 좋아 인간이다. 손발이 아주 찬 편이라 겨울에는 내 차가운 손이 몸에 닿는 게 너무 싫어서
헤어드라이기로 손을 좀 데운 후에 옷을 입을 정도인데, 그런 나에게 태국의 후덥지근하다 못해
찜기에 든 만두가 된 느낌이 들정도의 더위는 태국을 사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되었다.
(내 친구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태국으로 떠난 시기가 마침 한국의 한겨울이었어서 그런지 태국의 열기가 나에겐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의 첫 숙소는 공항에서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호텔이었다.
로비라 불리는 곳도 굉장히 작고 직원도 몇 없는 소박한 곳이었지만 주변에 가게도 꽤 많고 쇼핑몰도 몇 개 있는 위치가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 작고 귀여운 호텔에 내가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방에 조그맣게 딸려 있는 테라스였다.
비싼 시티뷰도 오션뷰도 아닌 동네뷰가 보이는 곳이었지만
나와 내 친구는 첫날부터 그 작은 공간에 아주 푹 빠져버렸다.
첫날 우리가 여유롭게 일어나자마자 한 것은 바로 맥도날드 주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우습다.
식도락여행자들의 천국인 태국에서의 첫 끼가 한국에도 널린 프랜차이즈 햄버거라니ㅋㅋ
아무튼 맥도날드를 시켜서 그 뜨거운 테라스에 놓인 뜨겁게 달궈진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새들의 모습을 티비삼아 햄버거를 먹다가 교복을 입은 태국의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목격했다! 계단에 몰래 숨어서 피우던데 그 친구들은 우리가 호텔에서 지켜보던걸 알아차리지 못했겠지.
담배는 백해무익이니 지금은 끊었길!
한참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햄버거에 콜라 한 잔씩을 마시던 우리는 며칠 뒤 방콕시내로 이동할 계획이었는데 떠나기 전에 이 조그맣고 귀여운 동네를 실컷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던 우리에게 현지인 택시기사가 인사를 했다
니하오!
사실 처음에는 우릴 향한 인사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다시 들리는 소리, "니하오!"
"연아, 저거 우리한테 하는 말이가?"
내가 친구에게 묻자 친구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한국인에게 중국어로 인사하는 태국인이라니, 문화 대통합의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암 코리안!"
한 마디 던진 뒤 나는 씩씩거리며 뒤 돌았다. 유튜브에서나 보던 인종차별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인종차별이 맞는 건가? 정말 그냥 나를 중국인이라 생각해서 던진 말이겠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영어라는 공용어가 존재하는데 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화내기에는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나도 평화로웠고, 나는 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뭐 비슷하게 생겼으니 착각할 만도!
니하오의 기억을 차츰 지워가며 우리가 홀린 듯 향한 곳은 던킨도넛이었다.
태국의 횡단보도를 처음 건너며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차차 얘기하기로 하고, 혹시 너무 프랜차이즈만 골라 먹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원래 아는 맛이 제일 무서운 법!
던킨도넛에 들어가 도넛을 하나씩 골라 주문하고 입에 물고 멍하니 매장 안의 테이블에 앉아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는데 그제야 내가 태국에 왔구나, 한 달간의 여행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던킨도넛 러버분들은 로빈슨 쇼핑몰 근처에 있는 매장에 꼭 가보시길 추천.. 입안은 달콤하고, 가게 안은 시원하고, 햇살 비치는 바깥풍경은 평화롭다.)
별 것 아닌 일들이 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경험을 할 때마다
"행복은 참 사소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