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오산로드에서(2)

여행자들의 거리에서

by 메기




사실 카오산로드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겼던건 굉장한 호객행위였다. 휘황찬란한 거리를 정신없이 둘러보던 우리에게 가게앞마다 서있는 직원들이 메뉴판을 들이밀며 한국어로 호객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누나 들어와!"등등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어 발음이 수준급이었다. 이때까지는 기분 나쁜 것 없이 웃으며 슥 지나쳐갈 수 있었지만, 사람이 정말 많고 한창 피크 타임인 늦은 밤이 되자 조급한 마음때문인지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들은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다.


우리 앞을 막으며 통행방해를 한탓에 뒷사람에게 발이 밟히는 것 정도는 애교였다. 손을 끌고 강제로 가게 안으로 끌고가려고 한다던가, "노!"라고 분명히 의사표현을 했음에도 몇 번을 메뉴판을 들고 우리 앞을 막아선다던가, 도저히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상황들이 가게 앞들을 지나칠때마다 반복되었다.


사실 사람이 많은 거리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날의 카오산로드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내가 그 호객행위에 막혀 길 중앙에서 멈춰선다면 뒤의 사람들과 부딫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거리에서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쏘리만 몇 번을 했는지..


점점 심해지는 호객행위에 분노게이지가 올라가던도중 내 뚜껑이 열리게 되는 일이 생긴다.

사람이 너무 많았던 탓에 나는 내 친구 옷자락을 잡고 일렬로 서서가고 있었는데, 어느 술집의 직원 한 명이

내 친구의 어깨를 탁! 잡는 것이었다. 분노게이지가 거의 한계였고 술도 몇 잔 해서 살짝 취한 상태였던 나는

그 직원의 손을 뿌리치면서 노!!!라고 짜증스럽게 소리쳤다.(사실 처음 본 사람한테 그렇게 소리 질러보기는 처음이었다.)


아휴 정말.. 그런데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소리치고 나니 그 근처에서 내 모습을 본 다른 가게의 직원들이 우리에게는 말 한 마디 걸지 않는 것이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렇게까지 했을까싶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를 진짜 화나게 했던건 따로 있었다. 나는 그때 봤다. 우리 앞에서 걸어가는 키가 굉장히 큰 서양인들에게는 한 마디도 걸지 않던 그 직원을.


아마 우리 체구가 작고(한국에서는 평균키지만.) 비교적 어려보이는 외모때문에 만만한 타깃이 된 게 아닐까싶다.


(혹시 카오산에 놀러가실 분이 게신다면, 술집은 호객이 심하니 미리 찾아보고 선정해서 들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카오산로드 끝쪽에 한국말을 굉장히 잘하시는 컵과일 장수분이 계시는데, 거기 망고 진짜 맛있어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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