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의 거리에서
카오산로드에서의 우리는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1월 1일에 모든 주종을 섞어마시고 만취해서 제대로 주량을 재본적도, 감도 없는 스무 살짜리들 둘이서 거기 있는 술을 우리가 다 마실 것처럼 온 가게를 헤집고 돌아다녔다. 시간이 점점 늦어지니 가게들의 스피커에서 틀어지던 음원이 차차 디제이들의 디제잉 소리로 변했다. 배도 든든하고 아까 마신 술들로 살짝 취기도 오른 우리는 이제 좀 더 새로운 걸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찾아낸 곳이 조그마한 디제잉 부스가 깔려있는 어둡고 시끄럽고 조명이 번쩍번쩍한 술집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들어가기 전에 조금 쫄렸다. 뭔가 너무 어른의 세계(?) 같았달까. 어찌저찌 들어가서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착석했는데, 30분 정도 지났을 때쯤 우리 옆에 동양인 남자 두 명이 앉았다. 테이블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붙은 하나의 큰 테이블에 여러 팀이 앉게 되어있는 구조라서 크게 개의치 않고 열심히 몸을 뒤로 틀어서 한참을 디제이 구경을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맞은편에 앉은 내 친구를 바라보니 손에 낯선 맥주병을 들고 있는 것이다. 당황한 내가
"그거 어디서 났어?"
라고 물어보니 내 친구는 굉장히 해맑은 표정으로 옆의 남자들을 가리키며
"주던데?"
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그 남자들 쪽에 시선을 돌리자 내 옆에 있던 남자가 나에게도 술을 권했고 어쩌다 보니 짠까지 치고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타국에서 모르는 인간이 주는 술을 그렇게 덥석덥석 받아마시다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 그때는 그렇게 겁도 없었나 보다.
어색한 인사뒤에 조금씩 스몰토크를 하다 보니 우리는 그 사람들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지만 술집의 음악소리가 너무 크다 보니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그 정도 스몰토크에 기가 빨려서 도망가지는 않지만 외국인과의 대화를 그렇게 오래 해본 것은 내 인생 처음이라서 너무 힘들었다. 막 영어 울렁증이 도질 것 같고, 안 들리면 안 들리는 대로 답답하고 휴대폰 타자를 치면서까지 대화하기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조금씩 눈치를 보며 일어날 타이밍을 잡고 있는데 내 옆에 앉은 남자가 내일 다시 만나서 같이 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노!"라고 단호하고 싸가지없게 거절을 해버렸고, 나는 친구에게 눈짓한 뒤 그 남자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뒤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미안하다. 공짜 술도 주고 나름 나이스한 사람들이었는데 너무 질색하는것처럼 보였으려나? 그 사람들이 이걸 읽을 리는 없겠지만 그때 내 말에 크게 기분 나쁘지 않았길 빈다.
술을 좀 많이 마시긴 했었지만 이때까지는 기분 좋은 정도의 취기였다. 밤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람들은 많아졌고, 우리에게 유튜브 출연을 부탁한 외국인도 있었는데 그때는 거절했지만 다음에 똑같은 기회가 생긴다면 한 번 응해보고 싶다. 재밌을 것 같아.
소화도 시킬 겸 친구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구경을 하는데 정말 신기한 곳이 많았다. 그때 당시 태국이 대마초 합법화가 된 상황이었는데, 카오산로드에도 대마초 관련 가게가 굉장히 많았고,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거리를 걷다 보면 어 이게 대마초 냄새인가? 하는 독특한 냄새도 났다. (관광객들도 흔하게 피우는 것 같으니 혹시 태국에 놀러 가시는 분들은 가게에서 음식 구매할 때도 조심하시고 특히 누가 주는 담배는 함부로 피워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길을 걸으면서 가게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풍선을 들이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헬륨가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헬륨 가스가 아니라 "해피벌룬"이라고 하는
마약의 일종이다. 아산화질소가 들어있어서 들이마시면 환각작용이 일어난다고 하고, 잘못하면 신경게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고, 대한민국은 속인주의가 적용되는 나라라서 외국에서 모르고 했다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세요!)
대마를 판매하는 가게가 여기저기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걸 보고 좀 술이 깬 것 같았고 해외에서는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