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평화로운 하루

치앙마이에서

by 메기

치앙마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막 밝아오는 해를 보며 예쁜 거리를 지나갔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국적인 가로수들이 심어져 있는 거리를 아침 조깅을 나온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 가게주인이 막 셔터를 올리는 모습 등 별 것 아니지만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이게 행복이구나하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새벽조깅을 시작했을 정도였으니까.(얼마 안 가 포기했지만)

치앙마이에서는 한 호텔에 쭉 머물 예정이었는데, 우리가 선택한 호텔은 "하이드파크 치앙마이"였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목이 좀 후미진 느낌이라 시설이 걱정됐었는데 걱정이 무색하도록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예쁜 호텔이었다. 그리고 이 호텔 근처에 작은 통닭? 같은 걸 파시는 아저씨가 계시는데 거기 통닭 진짜 맛있다! 내 인생동안 먹어본 통닭 중에 최고였다. 혹시 그 호텔 묵으실 예정이 있으시면 거기 통닭은 꼭 한 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우리는 여유롭게 낮잠을 좀 자고 일어나서 밥을 먹으러 향했다. 밥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이 너무너무 예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방콕의 시끄러운 교통체증 소리 없이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날씨와 태국 특유의 길거리 향기를 맡으며 학교에서 나오는 귀여운 학생들 구경을 하며 천천히 길목을 걷는데 이때 나는 느꼈다. 태국은 치앙마이가 진짜구나!


물론 방콕이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방콕의 시끌벅적하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나에게는 좀 더 차분하고 좀 더 사람 사는 느낌이 나는 치앙마이가 더 잘 맞았다. 방콕에서 경험했던 외국인 여행자들의

시도 때도 없는 캣콜링이나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우리에게 니하오! 소리를 치는 택시기사들이 없는 것도 치앙마이를 더 예뻐 보이게 했다. 물론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방콕은 잠깐 놀러 온 여행자들이 많아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치고 기분 나쁜 일도 종종 있었는데, 치앙마이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을 하고 있는 장기 여행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로워 보였다. 짧게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방콕이 적절하겠지만 여행 기간을 길게 잡고 천천히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치앙마이를 적극 추천한다.


어쨌든 우리는 예쁜 카페들 위치를 눈으로 외우며 식당에 도착했는데 여행자들은 거의 오지 않는 로컬 식당처럼 보였다. 테이블이 거의 가득 차 있었는데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현지인이었다. 메뉴판에 영어가 적혀있지 않아서 대충 그림만 보고 국수 하나와 볶음밥을 시켰는데 맛은 그럭저럭 맛있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와서

아까 눈으로 외워둔 카페 중 제일 가까운 카페로 갔는데, 굉장히 작은 규모의 예쁜 카페였다. 옆의 로컬 분위기 나는 가게들과 다르게 안부터 밖까지 하얀 인테리어의 가게였는데, 사장님께서 한국어도 조금 하시고 무엇보다 본인 커피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강하셨다. 우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과 아이스라테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나왔는데 밖에 나와 한 입 마시자마자 나는 가게에서 팔던 원두를 사지 않은 것에 후회했다. 커피가 굉장히 유명한 치앙마이답게 치앙마이의 카페들 중 많은 카페들이 카페에서 제작한 원두를 판매하는데, 그 하얀 카페의 아이스라테는 사장님의 강한 프라이드가 백번 이해되는 맛이었다. 원두가 좋은 건지 사장님의 실력이 좋은 건지 아님 둘 다인 건지 라테는 쓴 맛 하나 없이 고소하고 향긋한 원두의 향을 즐기기에 완벽했다.


커피를 마신 우리는 치앙마이 님만해민에 위치한 마야몰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