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냐짱에서의 오토바이

롱선사에서

by 메기

태국 여행을 갔을 때 많은 오토바이들을 보면서 한 번쯤은 꼭 타보고 싶다는 로망이 생겼었다. 내가 운전하는 건 좀 무서워서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해보고 싶었는데, 친구와 함께 이동하지 못하는 오토바이 택시 특성상 안전을 생각해서 오토바이는 다음생에나 타보기로 하고 마음을 고이 접어뒀었는데, 냐짱여행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오토바이를 타 볼 기회가 생겼다.



냐짱 여행 중에 하루는 '롱선사'라고 하는 냐짱의 아주 오래된 사원을 구경하러 갔다. 원래 사원 같은 관광지 구경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잠깐 둘러보고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수영복을 사러 갈 예정이었다. 사원 안에 들어서니 한쪽에 오토바이가 쫘르르 서있었는데, 나는 단지 베트남에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아서 주차공간을 안에 마련해 둔 줄 알았다.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오토바이 근처에 서있던 사람들이 우리를 붙잡았다. 알고 보니 사원이 많이 위에 위치해 있어서 오토바이로 픽, 드롭을 해주는 기사님들이 거기 상주해 계신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오토바이가 무료도 아니고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아서 걸어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이 3분도 안 가기는 했다.


막상 올라가는 길을 보니 계단이 끝도 없었다. 조금 올라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던 우리 둘은 그냥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솔직히 무서웠지만 걸어 올라가다가는 더위로 먼저 죽을 것 같았다. 기사님 뒤에 타서 어정쩡하게 자세를 잡고 출발했는데, 첫 1분간은 진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른 속도와 내 어정쩡한 자세가 합쳐져서 조금만 정신을 팔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첫 1분이 지나 속도와 자세가 적응되니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알 것 같기도 했다. 베트남의 더운 바람이 내 옆으로 지나가는 느낌, 오토바이를 타게 될 줄도 모르고 입은 내 긴 원피스가 살랑거리며 발목을 건드리는 느낌,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풍경, 바람에 흩날리는 내 긴 머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뭔가 로맨틱한 청춘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해 줬다.


생각지도 못한 오토바이체험을 끝내고 내리니 기사님들께서 구경하고 오라고 본인들은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셨다. 오토바이 덕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뽀송한 상태로 본 롱선사는 생각보다 작지만 거대한 느낌을 줬다. 1800년대부터 있었어서 그런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높이 위치한 롱선사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냐짱의 풍경이 참 예뻤다

오토바이를 다시 타고 내려와서 밑에 있는 기념품샵을 구경하다가 나오는데 어떤 동아시아인 남자 두 명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길래 한국인인가? 생각하고 나와서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도 시선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하고 사원 밖에서 그랩을 잡으려고 하는 도중 아까 그 남자 두 명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그 두 명은 중국인이었고 중국어로 뭐라고 말을 거는데 고등학생 때 잠깐 배운 중국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영어로 Do you speak English? 하고 물어보니 영어를 전혀 못하는 눈치였다.

친구와 나는 어색하게 눈치만 주고받다가 내가 짧은 중국어로 워쓰 한궈런!(나 한국인이야..)이라고 얘기하니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더 빠른 속도의 중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자기 목에 걸린 카메라를 가리키는 걸 보니 우리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내가 할 줄 아는 중국어라고는 안녕, 고마워, 미안해, 밥 먹었니? 정도가 다라 결국 대화가 성사되지 못하고 그 둘은 어색하게 자리를 떴다. 카메라를 계속 가리켰던걸 보면 사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 같았는데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번역기를 킬 생각조차 안 들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좀 아쉽다. 정말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이야기였다면 좋은 추억을 하나 남길 수 있었을 텐데! 고등학생 때 중국어를 좀 열심히 배울 걸 그랬다. 그래도 이런 당황스러운 일도 여행을 떠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재미인 것 같다. 나중에 영어를 좀 더 잘하게 되면 그다음에는 중국어를 배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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