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내가 처음 만났던 날은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던 4월의 시작즈음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인스타를 뒤적거리던 나는 한 통의 디엠을 받았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를 하고 결과지를 보내준다는 메시지였는데 그 사람의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꽤나 팔로워가 있는 대학생 서포터즈 계정이었다. 따로 만나자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심리테스트지를 작성해서 디엠으로 보내줬다. 2~3일 뒤 답장이 왔고 흔한 간이심리테스트 결과지였다.
그 후 시간이 1주일쯤 지나 그에게 다시 디엠 한통이 도착했다. 추첨 행사같은 걸 진행했는데 내가 100명 중 3등에 당첨되어서 강연티켓 또는 20만원 상당의 심리검사 4회권을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대학생 서포터즈 계정이니 강연도 대학생에게 맞는 내용일듯 해서 강연 티켓으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몇 시간뒤 강연티켓이 모두 소진되어 심리상담권으로 경품 수령드리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멍청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상한 사람인가 싶기도 해서 하루 나가보고 종교활동 같은 거면 바로 잠수타버리려고 했다. 또 시내 한복판에서 만나는거라 별일 있겠나하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며칠 뒤 서면 스타벅스에서 상담사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꽤나 미인이었다. 큰 눈에 코에 있는 매력점,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까지. 카페 속 많은 인파에 섞여있어도 눈길이 갔다. 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추정으로 27~28정도 되어보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그녀는 바로 심리검사지를 건넸다. TCI 검사지였다. 학교에서 한 번 해본적이 있어서 이게 꽤나 신빙성있는 기질 검사지고 한번 검사하려면 꽤나 비용이 든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 사기 아닌가 보네?'
그 기질 검사지를 다 작성한 후 그녀는 다음주에 검사결과지를 주겠다고 하고 일어났다. 집에 가는길에 친구에게 이상한 사람 아닌 것 같다고 개비싼 심리검사지 꽁으로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다음주가 되어 다시 똑같은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는 검사결과지를 보여주며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설명 별로 귀에 안들어왔다. 나 이거 학교에서 해본 적 있는거라 다 아는 얘기였다. 대충 흘려듣고 집에 가려고 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 심리상담권이 4회였다. 기질검사만 할거면 2회 주면 되는데 굳이 4회를 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새로운 검사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것도 익숙한 검사지였다. 고등학생 때 위클래스에서 하리보젤리 준대서 해본적 있는 도형그리기였다. 그 밑에는 여러 요소를 주고 흰 바탕에 그걸 마음대로 그려보는 활동이었는데 이건 처음보긴 했지만 앞의 두개가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쓰는 검사지니까 그것도 신빙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좀 신기했던건 요소 중 뱀이 포함되어 있었다. 근데 나는 뱀을 좋아해서 내 옆에 뱀을 그렸다. 우리집에 170cm 뱀 인형도 있고 내가 하얀 뱀 사주라 그냥 뱀에 애착이 좀 있다. 생긴것도 신비하고 귀엽고. 근데 그녀가 내가 그린걸 보고 그 큰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신기하다고 했다. 뱀을 그렇게 가까이 그리냐고 물어보고 내가 뱀을 좋아한다고 답하자 약간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뱀을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내 주변에도 뱀 싫어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우리 엄마는 나 자취 시작한 후에 내 뱀 인형 보기 싫다고 창고에 넣어버렸고 같이 사는 내 친구는 그 뱀새끼 가져오면 갖다 버려버릴거라고 했다.....힝
그렇게 4주간은 그냥 심리 검사지하고 결과지 설명듣고 그게 다였다. 근데 하나 기억에 남는건 그녀가 말해준 일화였다. 회사에서 대학교에도 이런 심리상담을 받을 아이들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데 20살짜리 남자애를 추천받아서 그 아이(A라고 칭하겠다.)와 몇개월동안 상담을 진행중이라고 했다. 물론 상담비는 무료로. 그런데 하필 자기가 상담하던 다른 남자아이와(B라고 칭하겠다.) 그 친구가 학교 동기 사이였다는 것이 아닌가? B는 한번 상담할 때 5만원씩 비용을 지불하며 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A와 B가 대화하다 우연히 서로 같은 상담사와 상담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A가 눈치없게도 B에게 자신은 무료 상담을 받는다고 자랑한 것이다. 이를 알게된 B의 부모님은 몹시 화가 나셨고 회사로 연락하고 찾아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는 돈을 달마다 20씩 주고 받는 상담을 A는 공짜로 받는다고 하니 기분이 상하신 것 같다고 그녀가 나에게 설명했다. 그때 당시에는 그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재밌게 들었는데 모든게 끝나고 난 지금 나는 안다. 그게 얼마나 큰 밑밥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