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주다’의 글이 마음에 들어서

소중한이란 의미에서 소중했던이 되기까지

by 지행
“놓아주다” 의미가 뭔가요?


몇 년 전에 우연히 봤던 글 내용이다.

질문과 답변 둘 다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글 중에 하나다.


어린 친구가 소중했던 토끼를 보내면서

글을 썼을 때의 마음을 문득 생각해 보니

가슴 한편이 시렸었다.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써 내려갔을까.


나 또한 힘든 이별을 하고 난 뒤에

봤던 글인지라 어린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갔다.


“놓아준다는 의미가 잊고 살아가라는 건가요?

그 토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안다면 분명 좋아하지 않을까요? “


그러게.

잊고 살아가라는 말인 걸까? 나도 궁금했다.

슬픔에 잠기지 않기 위해

바쁜 현실 속에 애써 지우려 했던 날이 떠올랐다.




추상적인 ‘바다’에 부어주는 것.


나를 사랑했던 그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의

따뜻한 온기, 포근한 손길, 나를 보던 반짝이던 눈빛.


그 모든 것이 점차 흐려지는 날들 속에

선명한 기억 속에 남기고 싶었다.


답변의 말처럼 그들은 물리적으로 나의 곁을 떠났고,

두 번 다시 만질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다시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면,

“놓아주라는 말”은 그들을 잊고

내 마음속에서 영영 지우라는 게 아니라

사랑했던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추상적인 바다에 부어주라는 말.


내가 직접 만질 수는 없지만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내 마음속

바다로 달려가 느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그 추억들도 바닷속 아래로

점점 가라앉고, 흐려지겠지만

그 추억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란다.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나에게 소중했던 존재가 되기까지.


그렇게 지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답변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고이고이 아껴두고 종종 꺼내보는 글이다.




어떤 의미로 남는지가 중요했다.


꼭 기억해야지, 평생 잊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소중한 것들을 잊은 채 살아가게 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시절의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가 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부질없이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잊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것.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떠나는 것도 아닌


비로소 그때의 흔적들과 함께

나는 나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돌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내 머릿속의 기억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작게 흐려져 보였던 것이

물에 떨어뜨린 물감처럼 순식간에 선명히 퍼져나간다.


감정은 순간이지만, 추억은 빛바래지지만

그걸 담았던 마음속 공간은 영원히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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