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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킁킁총총 Jun 08. 2024

노을이 주는 따뜻함

복잡한 요즘, 따뜻한 노을에 안겼다.

24.06.03(월)

"오랜만에 저녁이나 먹고 퇴근할까?"


지후에게 가볍게 저녁을 먹자고 말했다. 단단히 금주 중인 지후와 술 한 잔 하고 싶은 날이지만 꿩 대신 닭이다. 제안에 흔쾌히 알겠다고 말하는 지후와 바람도 쐬러 갈 겸 월미도에서 조개구이를 먹기로 했다. 가깝지만 퇴근시간으로 인해 막히는 도로 위에서 앞으로 우리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정말 그만두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은 우리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도착한 월미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해가 떨어진 후에 도착한 월미도와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의 월미도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노을을 볼 수 있다는 설렘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서늘한 바람과 생각보다 많은 인파 속에서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지후에게 자랑하는 내 모습을 보면 역시나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며 지후는 소모임으로 출사를 나가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해주는데 문득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해놔야지.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 무한리필 조개구이 집으로 향했다. 술도 먹지 않을 예정이니 무한리필 뽕을 뽑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가게에 들어서 메뉴판을 보니 무한리필 느낌이 영 좋지 않았보였다. 그리고 구워먹는 게 덥고 귀찮은 그런 느낌 같은 느낌. 지후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우리는 2인 조개찜으로 메뉴를 결정. 메뉴를 기다리며 창 밖을 바라보니 풍경만 봐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일단 너무 배가 고팠다. 하지만 노을의 따뜻함이 내 마음에 전달되는 위로의 시간임은 분명했다. 이래저래 지쳐있는 요즘 조금씩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계속 사진을 찍으며 가장 예쁜 순간의 노을을 포착해 본다.

술을 마시지 않는 조개찜은 처음이었다. 역시나 조금 어색한 느낌의 순간. 조개찜은 식사가 되지 않는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다 먹었지만 배고픔이 남을 수밖에 없군. 소주로 소독을 좀 하고 싶지만 꾹 참으면서 창 밖을 바라봤다. 이 풍경에 소주 한 잔을... 음료수로 대체하며 다음을 기약해 본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요즘 같은 시기는 쥐약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론은 나지 않은 채 풀기 어려운 실뭉치가 되어 간다.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야 할지 어떻게 생각을 마쳐야 할지. 도저히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겠다. 적으면 조금 나아질까 생각하지만 적는 행위조차 하기 싫어지는 무기력함이 찾아온다. 요즘 일기를 쓰면서도 나의 일기에 만족스럽지 못함을 느낀다. 사건의 나열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나의 감정이 빠진 일기가 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늘 머릿속에는 생각이 밀려온다.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그런 생각들. 그냥 모든 잡다한 게 머릿속을 해 집고 다닌다. 비우고 싶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는 멍한 상태. 그렇게 게임도 하고 책도 읽어 본다.

조금 비우고 다시 생각하자.


생각다운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즐거운 나들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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