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북토크

일기떨기 애청자라서 행복해요.

by Biiinterest

2024.07.27(토)

극 P의 주어진 상황 속 대처능력

망했다. 예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것도 모자라 대학교 앞이니 당연히 편지지 하나 살 곳은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불러왔다. 극 P의 삶이 가져다준 참사. 기왕 이렇게 된 상황이니 친구가 알려준 덕질의 기본, 각인을 하기 위해 수첩에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속으로는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부지런히 편지를 옮겨본다. 부디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편지를 쓰는 동안 몇 장의 종이를 찢었을까. 떨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떨림은 어디에서 오는 감정일까. 이미 한 번 대면을 했기에 만남이라는 것 때문은 아닐 텐데 무엇 때문인지 고민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빨리 이 편지를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하지만 떨림은 온몸으로 전해졌고 손까지 떨리는 상황 속에서 악필인 나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일단 완성만 하자. 전달의 영역은 나중 일이다. 그렇게 인생 첫 수첩에 쓰는 편지가 만들어졌다. 전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나의 편지.


북토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떨림은 설렘을 넘어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으로 다가왔다. 빨리 일기로 나의 이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떤 말부터 써야 할까. 일단 좋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 그냥 좋다는 표현보다 더 고차원적인 표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좋음을 표현하고 싶은 그런 날인데 나에게 표현력이 부족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 순간조차 부정이란 단어가 찾아오지 않는다. 고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혼자 웃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이 순간을 나열하는 것 자체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일 것이다. 어떤 단어도, 어떤 문장도 지금의 내 감정을 다 담을 수 없을 것이기에.


북토크 장소에 세 분을 제외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놀랍게도 나에게 오늘은 세 분과 나뿐 아, 수수(강아지)까지 있었다. 그만큼 신기할 정도의 집중력으로 세 분을 바라봤다. 모든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지는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일기떨기를 청취하면서 늘 상상했던 순간이기에 어색하지 않은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현실이 되었던 오늘, 나는 세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의 세 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게 찾아간 북토크였다. 그리고 세 분은 여전했다. 내가 듣는 2년 전과 지금은 그저 시간만 흘렀을 뿐 여전히 좋은 에너지로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었다. 오늘 나의 마음에도 그랬다. 세 분의 대화 속에 빠져들고 어느 순간 웃고, 어느 순간 이야기에 빠져 복잡했던 생각들의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세 분의 대화는 늘 푸짐한 한 상 같다. 가벼운 샐러드부터 깊고 진한 곰탕까지 없는 게 없는 그런 상. 아, 가끔은 좋아하지 않는 연근 같은 메뉴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조차 한 입 베어 물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가 가득한 곳.


오늘도 맛있는 한 상을 맛봤던 하루. 부지런히 들어서 한 주 한 주 일기떨기를 기다리는 청취자가 되고 싶다. 이히히, 그냥 좋았다는 말만 난무하는 그런 일기가 됐군.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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