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결핵이요?
5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도착하자마자 학기가 시작했기에 바쁘게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혼자 사는 생활에도 그럭저럭 익숙해져 갔다. 먼저 와있던 교환학생의 소개로 일본인 친구들이 생겨서 같이 놀기도 하고, 마트에서 주기적으로 사는 물건들도 생겼다. 일본은 한국보다 따뜻하기에 슬슬 날이 풀려가던 시기였고 나는 감기에 걸려버렸다. 수업에 따라가려고 조금 무리하고 있었고,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먹는 양을 조금 줄였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긴장도 풀려가고 있어서 그런가. 환절기에는 항상 감기에 걸렸었기에 특별하지 않은 연례행사인 줄 알았다.
평소보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집에서 챙겨간 감기약을 먹고 수업 끝나고 근처 내과도 잠깐 갔었다. 병원에서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까 봐 전자사전도 야무지게 챙겨갔고, 감기라는 진단과 함께 약을 처방받았다. 열이 38.6도였고 몸을 움직일 기운도 없었기에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겨우 밥만 먹고 처방약을 챙겨 먹고 계속 잤다. 이래서 혼자 아프면 서럽다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토요일 내내 자다 깨다를 반복 했고, 일요일은 열이 올라서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가서 세탁기에 기대어서 겨우 빨래만 끝냈다. 항상 밥 먹는 게 제일 중요한 내가 밥을 먹는 것도 귀찮고, 월요일 수업 준비도 포기한 채 주말 내내 까무룩까무룩 잠이 들었다 꺴다만을 반복했다.
주말 내내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상태는 별로였고 월요일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열이 올라서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수업을 갔다. 그래도 약을 타와서 조금은 열이 떨어진 것 같았고 움직이니까 기운이 나는지 주말보다는 조금은 몸이 나아진 것 같았다. 교환학생들을 위한 회화수업에서는 계속 기침을 해서 목이 조금 쉬어있었지만 그래도 낫겠거니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약이 떨어지자 컨디션은 다시 바닥을 쳤다. 수요일 점심에는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식욕이 없어서 점심 먹기 싫다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 점심을 먹을 정도였다. 그날은 학생식당에서 우동을 시켜 먹었는데 그 우동을 가닥을 세면서 겨우겨우 억지로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감기가 영 떨어지질 않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본의 병원은 한국과 달리 평일에도 쉬는 날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다른 내과를 찾아갔다. 동네지만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전자사전을 들고 갔던 병원에서는 꿈에도 생각 못했던 병명을 듣게 되었다. 식욕도 없고 열과 기침이 지속된다는 얘기에 결핵이 의심되기에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단어여서 의사쌤과 전자사전으로 계속 검색했었고, 영어로도, 일본어로 검색했는데 결핵이라니! 결핵에 걸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기에 어? 진짜 결핵이면 어떡하지? 근데 결핵 걸리면 피 토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과 통화를 했고 충격적인 소식에 놀랐지만 설마...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요일을 준비했다.
당시에 나와 다른 한국인 교환학생은 화/목요일마다 학교의 배려로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생활을 소개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본교는 여름마다 '한국문화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나도 해당 프로그램에 버디로 참여하면서 일본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올해 여름에 한국에 갈 학생들에게 한 시간씩 한국을 소개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일본의 학교에서 용돈 정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목요일 담당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자료를 미리 준비해 놨었지만 료보상이 큰 병원을 가보자고 했기에 식문화 소개는 친구에게 맡기고 학교 대신에 병원으로 직행했다. 당연히 병원에 갔다 와서 수업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가방에는 교재를 챙겼고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 달렸다.
그리고 그 길로 나는 입원했다. 아니 입원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