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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May 25. 2024

나의 재테크 트리거는 ‘OO’이었다.

입사 후 첫 근무지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웃음이 아름답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며 윗사람에 대해 언제나 예의 바른 그 친구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제가 쭈뼛대며 같이 저녁 먹자고 데이트를 신청할 정도였으니까요.


저희는 1년 반의 아름다운 연애를 거쳐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함께 미래를 설계하게 됩니다. 이 중 돈과 관련된 ‘재테크’도 당연히 빠질 순 없었겠죠?


저는 첫 입사 후 월급을 받을 때부터 소정의 용돈을 제하고 줄곧 어머니께서 돈 관리를 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죠.


사회생활이라 함은 스스로 ‘돈’이라는 것을 쥐어도 보고 만져도 보면서 돈의 힘을 깨닫는 시간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다 써버릴 것 같아’하면서 어머니께 맡겨 버렸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과거는 잊고 아내와 함께 방법은 하나도 모르지만 ‘저희만의 재테크’를 만들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재테크 서적이 있는데 제가 아는 분야는 하나도 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감이 하나도 안 잡힙니다. 그래도 저와 아내가 자신 있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저축’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근검절약 하나는 정말 끝내주셨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라온 저로서는 자연스레 근검절약하는 습관은 갖추게 됐습니다.


아내 또한 평소에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서 둘이 한 곳을 보면서 나아갈 수 있는 재테크 마인드는 어설프게나마 갖추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편, 결혼이라는 이벤트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감언이설로 정말 많은 지출을 유도합니다. 물론 각 개인이 원하는 결혼의 모습이 있다면 그 또한 인정합니다.


저희는 '누군가에게 보이는 결혼식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결혼식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자연스레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물론 양가의 부모님께서 작은 결혼식에 대해 흔쾌히 응해주셔서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작은 결혼식에 대해 어렵지 않게 허락을 해주신 양가 부모님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작은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무료대관을 해주거나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 등을 값싸게 지원하는 온라인 카페가 있다고 해서 저희 아내가 열심히 발품을 팔았습니다. 결혼을 상징하는 반지 역시 휘황찬란한 반지 대신에 사랑을 기념하는 작은 14k 커플링으로 의미를 대신했습니다.


여행은 두 사람 모두 휴양보다 걷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어서 큰마음먹고 유럽으로 신혼 여행지를 정했습니다. 서유럽은 당시에도 정말 비싸서 유럽 느낌을 풍부하게 느끼면서 조금 더 저렴한 동유럽으로 행선지를 결정했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아내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런 식으로 뺄 건 과감하게 빼고 더할 것은 더하는 작은 결혼식 준비를 전반적으로 마치게 됩니다. 어느 정도 결혼식과 이벤트에 대한 정리가 되면 이제 결혼 후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에 대한 필요성도 차례로 인지하게 됩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정말 큰 고민이 됐습니다. 결혼식을 몇 달 앞두고 회사 주변을 다니며 슬슬 발품 팔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인생 최대의 쇼핑 ‘집 구하기’에서 저희는 정말 갈팡질팡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건 어른들만 하는 거로 생각했고, 부동산 중개소에 들락날락하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으며 ‘집을 전세로 가야 하나? 월세로 가야 하나?’ 이런 부분도 엄청 고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재테크에 무심했던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매매는 생각조차 없던 시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욕심과 아무 곳이면 어떻냐 둘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는 아내의 의견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 결국 저희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30년 된 주공아파트 15평전세를 얻게 됩니다.


아파트에서는 살고 싶은데 돈은 없고, 최대한 직장 가까운 곳으로 주거지를 정해야 하니 왕도가 있나요. 결정하게 된 과정은 정말 단순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지인의 소개를 받아 금천구 소재의 구축 아파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화이트 톤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전셋집을 보니 마음이 끌려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게 됩니다. 단순하죠?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조금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보통 원하는 전셋집에 대해 찜을 해두는 방식으로 가계약 명목으로 소정의 금액을 입금하게 됩니다. 이 날은 임대인분과 만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본 계약 때 보통 만나기 마련이니까요.


본 계약 날이 다가왔습니다. ‘나비효과’라는 말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나 사건이 나중에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는 현상’ 모두들 아시죠?


얼마 안 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 날은 저희 부부에게 ‘나비효과’라고 불릴 만큼 인생의 크나큰 터닝포인트를 경험합니다.


계약 당일 임대인을 만나는 날 무척 긴장됐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부동산 계약 그리고 1억이 넘는 거금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더라고요.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임대인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무탈하게 잔금 치르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습니다.


계약 당일 중개사무소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요. 웬 젊은 부부가 신생아 아이를 데리고 부동산 중개사무실로 들어옵니다. ‘저분들도 집을 구하나 보다’ 했습니다만 이게 웬걸 저희 부부와 전세 계약을 맺을 임대인이었습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 거 같은데 이 분이 집주인이라니 참 기분이 오묘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본 그분들의 모습 굉장히 안정감 있어 보였습니다. 계약 경험이 다분했던 건지 굉장히 차분도 하시더라고요.


부동산이라는 게 큰돈이 들어가는 거래인데 이 젊은 부부가 계약서 임대인란에 예쁘게 맞춘 도장을 하나씩 찍습니다. 계약서를 자세히 보니 공동 명의자 중에 한 분은 심지어 저와 나이가 같았습니다. 반면에 저는 임대인 계좌번호도 제대로 입력 못 해서 실수까지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우왕좌왕 계약을 마치고 아내와 돌아오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 부부 너무 멋있다. 부부끼리 예쁘게 맞춘 도장도 멋있고 우리랑 나이도 비슷한 거 같은데 임대인이라니 진짜 대단하다.” 하면서요. 사실 부러웠습니다.


한 여름의 어느 날의 첫 임대차 계약은 저희 부부에게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정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별건 없고 그냥 “우리도 집을 사자!”라고 결심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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