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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May 26. 2024

공무원의 강점은 오히려 'OO'에 있다.

결혼식을 마치고 전셋집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기 시작한 시간부터 저희는 ‘어떻게 하면 집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신혼집 임대차 계약에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저희가 살았던 30년 된 주공아파트 가격을 찾아보니 당시 2억 4천 정도 됐는데, ‘공무원 월급으로 언제 모아서 언제 사지?’라는 고민만 깊게 합니다. (당연히 지금은 더 비싸졌습니다.)


당시 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는 생각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레버리지는 부로 가기 위해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도구임에도 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빚은 무서운 거야’라고 교육을 받아왔던 세대였으니까요. 진짜 무서웠습니다.


앞에서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말씀드렸습니다. 세전 1,877,000원. 여기에 기여금, 소득세, 건보료 등을 납부하면 정말 노답입니다. 이 돈을 모아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한 일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저희는 조금 생각의 전환을 일으켜 봅니다. 공무원 월급 너무 적어하면서 백날 불만만 토로하기보다는 월급이 더 적으면 그만큼 아껴 쓰면 저축할 금액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오지 않겠냐 이런 생각하면서요. 짠테크의 시작을 알립니다.


일단 아내나 저나 근검절약에는 자신이 있기도 했고, 신혼이고 아이도 없는 상태에다가 둘의 마음이 한 방향을 보고 있기에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실전에 돌입합니다. 집을 사고 싶은데 돈은 수중에 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돈부터 모아야겠죠.


‘마중물’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이라고 사전에 정의됩니다. ‘자가’ 마련이라는 꿈을 위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저희는 저축에 힘을 싣기로 했습니다.


저희 공무원 부부의 월급이 너무나 작고 소중했기에 정말 악착같이 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본급을 비롯해 명절 수당, 각종 인센티브 등등 정말 무식하게 저축만 했습니다.


주식 등에 투자해서 규모를 키워야지라고 말씀하신다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주식에 관한 공부와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빠르게 집은 사고 싶습니다.


이럴 경우 여러분이라면 주식에 모두 투자하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더 큰 수익률이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 가능하실까요? 안타깝게도 저희는 그 정도 배포는 없어서 그냥 ‘닥치고 저축’ 모드로 돌입합니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멀티탭 콘센트는 모두 끄고 주중에는 최대한 회사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밥 해 먹기 시작하고, 냉장고도 파먹고 가계부도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이 습관이 배어 있어서 알게 모르게 집 안에 있는 불 끄고 콘센트 뽑고 다니는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엑셀을 활용해 가계부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숫자를 기록을 하다 보니 쌓이는 저축액도 확인하고 지출액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계속 절약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조금씩 습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축률에 그렇게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서 삶은 분명히 변화 가능합니다. 저희가 당시에 ‘절약의 습관’이 아닌 ‘지출의 습관’을 들였다면 어땠을까요? 딸아이가 태어난 지금. 치솟아 버린 주택 가격, 미친 듯이 오르는 물가. 이 가운데서 저같이 나약한 멘털을 가진 사람이 안정될 수 있었을까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월 지출이 100만 원이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매달 100만 원씩 지출하던 저희 가계가 바로 다음 달에 지출을 50만 원으로 확 줄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기는 한데 오래는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쓰던 가락이 있는데요.


오히려 월 50만 원 쓰다가 100만 원으로 늘이는 게 훨씬 쉽죠. 그만큼 어떤 습관을 기르느냐에 따라 인생이 분명하게 나뉜다고 봅니다.


저축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 이외에 부자가 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듦과 동시에 소비 통제력을 기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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