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유럽을 가본 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블라디보스톡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이지만 유럽의 바로크 건축풍과 백인 분들이 살고 있으니 유럽의 느낌이 납니다. 지금은 유럽에 대한 로망이 작아졌지만 어렸을 때는 유럽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 차 러시아에 도착했을 때 그 전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 분들은 예전처럼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선망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클럽에 백인 너드남만 오더라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톡 항구 근처에 딱 보이는 광장 하나가 있습니다. 혁명광장이라고 불리는데 탁 트여있고 동상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근처에 해군기지가 있어 해군복장 러시아인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대게를 엄청 먹었던 거 같아요. 1인당 한 만 원 정도내면 거의 무한으로 먹었던 거 같습니다. 아직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맛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익힌 킹크랩은 물론 회도 스끼다시로 나올 만큼 다양하게 반찬이 나오는데 러시아는 요리가 아니라 그냥 쪄서 줬습니다. 대게도 그리 실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블라디보스톡 근처에 해변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해변은 아니지만 일광욕하시는 분들이 조금 있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 걸어서 한 바퀴 다 도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못하는 영어로 길도 물어보고 했는데 생긴 것만 유럽이고 영어를 아예 못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꼭 러시아말을 해야 알아들으셨습니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한 영토를 갖고 있지만 항구가 없어 세계 최강국이 되기 힘들었습니다. 16세기부터 대항해시대가 열린 뒤 바닷길을 지배하는 나라가 곧 최강국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인 지금도 항구를 갖고 바닷길을 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땅을 갖기 위해 싸우는 이유는 크림반도가 흑해라는 지중해, 대서양으로 나가는 바닷길(해상경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바닷길이 군사적, 상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끝까지 포기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러시아에게 블라디보스톡은 너무 소중한 항구 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블라디보스톡은 일제 강점기(1910–1945) 동안 한국 독립운동의 중요한 거점 중 하나였습니다. 1914년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대한광복군 정부가 결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전신으로, 일제에 대한 무장 저항을 위한 군사 조직을 준비하고, 한인 독립운동가들이 군사 훈련을 받던 곳입니다.
김좌진 장군을 비롯하여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묘지가 블라디보스톡에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정 때문에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워 부담 없이 유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