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질척임으로 변할 것이란 걸 알지만
맑은 날 겨울철이면 나는 하염없이 눈을 기다린다
차가운 온도의 결정체인 눈은 그렇게 애달프지 않을 수가 없다
맑음과 눈이 공존하는 날
나는 그제야 웃음을 토하며 햇볕과 눈들을 그저 맞아버린다
맑음과 눈이 공존한다는 것은
눈이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맑음의 온기에 눈은 속절없이 무너지며
그저 한낱 불쾌한 질척임으로 변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난 계속 그것들을 맞는다
역설적인 이들 사이사이 나도 함께 춤을 추면
눈의 결말을 쉽게 잊어버린다
마침내 결말은 내게 다가오고
맑음도 나의 손을 잡아 작별의 온기를 전한다
눈의 결말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 질척임 역시
맑음과 지낸 무수한 추억의 한 파편이기에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괜히 질척이는 그것을 더 밟아 뭉갠다
상처받을 시간이다
결말을 외면한 대가를 받는 시간이다
질척임을 온몸에 묻히고
난 애도의 춤을 춰댄다
맑음에 닿을 수 있기를 염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