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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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말을 처음 이해한 것은
세 살에서 네 살쯤 되던 해, 보육원 화단에 앉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면서였다.
보고 싶을 때마다 앉아있었던 화단에는 이름 없는 꽃들이 물들고, 지고, 가지가 앙상해지고 어느새 사계절이 지나버린 거다.
이제는 보고 싶다,며 그리던 그 얼굴의 윤곽도 전혀 떠오르지 않는데.. 한 방울 두 방울 깊어진 마음속에는 투명하던 물이 고여서 퍼렇게 깊은 우물이 생겨버렸다.
누가 뭐래도 사계절은 흘러간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 보고 싶다며 울던 엄마의 얼굴도 떠올릴 수 없었다.
나는 점점 화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짧아졌고, 울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 가슴이 시렸다.
그때 흘린 눈물이 만든 우물 때문이다.
가슴이 ‘시리다’라는 표현처럼 그런 날은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할 그리움에 사무쳤다. 아무리 울어도 우물의 물은 줄지 않고 마음이 버겁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들은 조금씩 외롭다는 걸…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부터 진짜 그리움이라는 게 시작된다는 것도.
아직 겨울인가 보다. 시린 겨울.
겨울을 닮은 가수 짙은의 하염없이 와 해바라기, 차가운 겨울밤, 이 세곡이 내가 아는 그리움과 닮아서 내내 듣고 있다.
오늘따라 보고 싶고 보고 싶다 누군가 그리워 눈물 흘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 노래들을 들으며 우물의 물들을 조금이나마 비워내길.
화단의 꽃들은 도토리 속에 아련히 넣어두고 눈앞의 일상을 잘 살아낼 거다. 그러면 또 언젠가 도토리들이 찬란해질 때가 올 테니, 그저 믿고.
노을이 그리움처럼 번져서 하늘을 점점 물들여버렸다.
문득 사무친 어느 늦겨울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