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집
나는 요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영원할 것 같던 감정도,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책임도,
내가 붙잡고 있던 질긴 인연들도.
어느 순간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다.
끝은 언제나 낯선 ‘나’를 남긴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끝과 시작‘이라는 시처럼 끝은 또 다른 시작을 기어코 끌고 온다.
최후의 보루처럼 나를 지켜주었던 낡은 작업실을 정리해야만 할 때가 왔다. 또 다른 시작을 맞이할 어떤 공간을 그려본다.
당연하게도 그곳엔 그림과 음악과 이야기가 있을 테다.
빛이 지 마음대로 들고, 그 아래엔 작은 책상 하나와 너저분한 물감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머물다 떠나길 반복하면 좋겠다.
자스민 향과 커피 향이 번갈아 흐르고 모두 떠난 자리엔 무채색이 된 ‘나’가 남겨져도 충분할테니까.
가지런히 꽂혀있는 검은 표지의 책처럼.
불안도 고독도 나만 아는 외로움도 고요히 삼킬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이번에야말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