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등산을 하며 있었던 일을 적어봄

by 김영석

오늘은 금요일로써 기간제 휴무날이다.

거의 일 년이 넘는 세월을 기간제라는 이유로 평일에 이틀을 쉬다가 올해부터는 평일 하루 주말 하루 이렇게 이틀을 쉰다. 정규직장이 아닌 기간제근로는 계약으로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고 주야간 교대로 근무하는 전직 공직에 비하면 열악한 조건이다.

그나마 할 일이 있고 출퇴근과 적지만 월급을 받는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 식사를 대충 해결하고 나니 오전 10시가 다되어갔다.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무슨 주식이니 카페니 정치 관련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서둘러 등산 준비를 하였다. 작은 배낭에 물과 음료 간단한 간식거리를 넣고 등산화와 폴대를 챙겨 급히 집을 나왔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인지 발걸음은 집에서 가까운 천마산으로 향하였다.

남양주시에 소재한 천마산은 군립공원으로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최근시립공원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예산을 투입하여 등산로를 새 단장 하고 나무데크 계단을 곳곳에 설치하여 예전보다 훨씬 등산하기가 수월해졌다. 코스는 호평동코스와 천마산역코스 그리고 오늘 내가 가고 있는 관리사무소코스가 있다. 주차장에 와보니 빈자리가 안 보일 정도로 등산객들이 많았다.

겨우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풀려서 춥지 않고 햇볕도 좋아서 등산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에 접어드니 혼자 또는 커플들과 같이 오거나 삼삼오오 같이 온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한참을 걸어가니 약수터에 도착하여 목을 축이고

잠시 숨을 돌렸다. 오랜만에 산길을 오르니 금방 숨이 차고 굽은 오르막길을 걷는 일이 평소보다 힘이 들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청년들의 씩씩한 발걸음과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가다가 안되겠다싶어 좀 더 수월한 우회코스로 발길을 돌린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야 했다. 사람들이 없는 우회코스로 들어서자 등산로는 없어지고 오솔길처럼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을 찾으며 올라가야 했다. 아직도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지팡이로 치우며 한 발짝씩 나갔다

체력도 안 좋은 탓에 가파른 길을 오르고 나면 숨이 차서 잠시 짐을 풀고 쉬어가기를 몇 번 하니 정규 등산코스와 만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가파른 길과 평지 같은 길은 반복하며 올라가니 벌써 산중턱을 통과하여 산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길 위에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저 멀리 평내 호평 지구와 천마산역 마석지구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어 흐린 경관이었지만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심아파트 빌딩들이 저 멀리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데크가 끝나고 다시 등산로에 접어드니 정상은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 가까웠다. 계속해서 나무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니 정상까지는 쉽게 갈 수 있어 좋았다. 정상부근 평바위에 앉아 물과 간식을 먹으며 속을 달랬다. 바로 앞 저 멀리에 우리 집 아파트단지가 위용을 자랑하며 솟아있다.

야 참 좋긴 한데 ᆢ왜 이렇게 높은 산 가까이에 살려고 왔을까. 현수막 한 장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한다는 광고에 속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어쨌든 빨리 내려가려고 해서 많은 생각은 접어둬야 했다. 혼자 왔으니 얼른 내려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곧장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같은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다리에 힘이 빠져 위험하기도 하여 조심스레 내딛는다.

한참을 내려오니 조금 전 오르던 길들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가끔씩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칠 땐 잠시 기다려주는 여유도 부리며 천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ᆢ방금 스치고 지나간 사람을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 모습이었다. 나는 순간 혹시 J구청에서 근무를 ᆢ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사람도 나를 알아보는 눈치가 역력했다. 내가 이름을 밝히니 바로 알아보면서 명퇴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왜 그런 실수를 하셨어요 ㆍ얼마나 아깝냐며 말을 들으니 기억저편 2022년 5월로 다시 돌아간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때 그냥 있었으면 근속승진 됐을 텐데ᆢ왜 밥상을 엎었냐며 아직도 2년은 더 다닐 수 있는데 하며 그분도 함께 아쉬워하였다.

그분은 작년 말에 정년퇴직으로 나왔다며 담배 한 대를 집어 물고 못다 한 얘기를 좀 더 나누다가

애처로운 눈빛을 띠며 산정상 쪽으로 올라가셨다..

아. 이렇게도 만나는 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다시 내리막길을 향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직장 다니던 때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들었고 낯익은 얼굴을 등산로에서 마주치니 반가웠다.

반가운 얼굴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던 길을 재촉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미끄럽고 질퍽거렸다.

안전하게 하산하여 흙먼지를 털고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집에 가는 길은 가까웠다.

오늘은 계획이 없던 천마산을 등산하고 왔는데 옛 직장선배님과 조우하여 더 뜻깊은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앞으로 날씨가 더 풀릴 것이고 건강을 생각하여 더 자주 산을 찾아야겠다.

집에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고 하루를 마감하려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어찌 되었던 직장을 일찍 나와 주변 지인들과 특히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였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ᆢ

이제는 이런 무거운 짐도 내려놔야겠다.


2026년 2월 20일



글쓴이 김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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