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년 2월23일ᆢ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감에 잠에서 깼다
서울 ㅇㅅ병원, 암수술 2년 후 정기검진
이제는 아픈 기억이 흐려질 만도 한데 전혀 그러지 않다
삶을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사건
내 인생은 암수술 전과 후로 나뉜다.
병을 모를 때는 건강이 이렇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을 나가고
저녁을 맞이하고 잠이 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사람들을 만나고 돈을 벌고 소비를 하고 인생을 즐기는 생활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40세가 넘어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욜로족으로 자유롭게 살아온 우리 부부는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결혼 후 아이가 없는 삶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서로 바쁜 직장생활과 집사람의 장거리 출퇴근은 부부사이에 제일 큰 걸림돌이 되었다.
또한 서로의 취향과 성격이 달라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많았다.
빠르고 단순한 생각으로 혼자 결정하던 것들이
이제 둘이 생각을 맞추고 합의하에 가능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관계는 줄어들고 여기저기서 금이 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결혼초부터 나는 내 몸의 이상을 감지했었다.
거기서 멈추어야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서른 넘어 늦게 시작한 직장이 남들보다 한참 뒤처진 마당에 몸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아픈 건 나중으로 미루고 하루라도 직장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못했다.
이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더구나 갈수록 건강문제는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났다
나에겐 일과 출근 월급이 우선이었다.
몸을 돌봐야 할 때 돌보지 못하고 외면하면 할수록 건강에도 적색불이 켜지고 있던 것을 눈앞에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간과한 것이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누적되었고 언제가
쓰러질 날은 올 거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했다.
죽어도 직장에서 죽겠다던 오기 섞인 각오가 오히려 길게 보면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은 모른 채ᆢ
더 무서운 것은 스스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여 몸의 변화에 무뎌진다는 사실이었다.
2026년 2월 23일 월요일 아침 11시.
나는 서울ㅇㅅ 병원에 도착하여 병원서관 채혈실로 들어갔다.
병원에는 이미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혼잡하였다.
수술 후 5년간 정기검진을 통하여 암의 재발여부를 확인하고 재발이 없어야 치료가 종료된다
번호가 뜨자 나는 채혈을 위해 간호사 앞에 대기했다
김영석 님 맞죠?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68년0월00일요. 말이 끝나자마자
"좀 따끔합니다 " 젊은 간호사의 주삿바늘이 왼쪽 팔의 혈관에 꽃혀 통증이 느껴진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집사람과 나는 병원 주변을 산책하고 점심식사도 하였다.
실상 나는 암치료 방법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미 수술적 치료가 끝난 상황이라 이제는 쓸데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과거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ᆢ 퇴직을 미루고 휴직이나 재직을 하면서도 건강검진을 하였다면 직장을 나오지 않고도 보존적 치료로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었다ᆢ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이런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남는 시간에 공원을 배회하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30분 전.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 앱으로 확인해 보니 혈액검사는 이번에도 정상이었다.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걱정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한시름 놓고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의사 선생님 진료 순서가 다가왔다.
4층비뇨의학과. 진료실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고 사오십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
그러나 병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걸리는 것이니 젊다고 방심할 일도. 아니고 늙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과 만나는 진료는 잠시잠깐이었다.
오늘도 수치 0이네요ᆢ좋다는 뜻이다.
다음 진료는 일 년 후에 오세요 ᆢ이게 전부였다.
어찌 됐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진료를 마친다.
병원셔틀버스를 타고 잠실역을 경유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벌써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였다.
건강 하나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고, 얻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하루가 되었다.
글쓴이. 김영석
2026년 2월 24일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