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중 기피해야 할 보직이 있다. 그건 바로 박경포병, 나는 박격포병이다. 중대에서 소수 만이 될 수 있는 보직
나는 운이 없었다.
쨌든, 포병의 꽃은 '포사격' 그만큼 위험성도 존재한다. 포사격 3주 전 포반장님이 포반인원들을 간부연구실로 전체 소집령을 내리셨다.
"다들 3주 뒤면 포사격 있는 거 알지? 저번에 계산병이 계산을 잘못해서 포탄이 민가에 떨어지는 큰 사고가 있었다."
구구절절 포사격의 위험성과 사고들을 말해주셨다. 다 듣고 나니 머리가 하얘지고 가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포와 멀리 있는 관측병이 하고 싶었다.
포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계산병 1, 관측병 1, 포수 1, 부포수 1, 탄약수 2명이 필요하다.
사격당일 나는 부포수가 됐다. 부포수가 하는 역할을 포수 옆에서 조준경 수포를 맞추고 탄약수가 가져온 '81미리 포탄'을 인계받아 포구에 집어넣는 역할이다. 포탄이 터질 거 같아 만지고 싶지 않았는데 부포수라니..
사격이 시작됐고 포구에 집어넣은 포탄은 0.5초 만에 날아갔다. 처음 들었던 포탄소리는 13톤가량의 장갑차가 흔들리고 땅이 크게 진동하며 몸까지 전해졌다, 깜짝 놀랐지만 금방 적응했다.
땅이 흔들리는 진동에 적응할 때쯤 포탄을 포구에 집어넣고 귀를 막고 날아가길 기다리는데
1...2...3? "불발, 불발!"
포사격 10번 중 1번 나올까 말까 한 불발탄이 나왔다.
"포수, 부포수 포신 건드리지 말고 나가!"
나는 곧장 장갑차를 빠져나갔다. 나가보니 간부님들과 동기 용사들은 이미 100m 밖으로 도망가 있었다.
그렇게 내 첫 포사격이 끝이 났다. 더 이상 쏘기 위험하다고 판단한 포반장님은 사격을 중단시켰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고 편하긴 한데 아까 귀를 제대로 막지 않았나 보다. 포사격이 끝나고 2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귀에서 삐 소리가 난다. 이 삐 소리는 1달간 이어졌다.(진짜 고막 터진 줄 알고 엄청 걱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