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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빈 Dec 17. 2023

빚을 지다.-2

채무의 클라이막스.

오미크론 사태가 일어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장사 형편은 나아질 생각을 않았다. 따라서 내 주머니 사정은 미적분보다 어려워지기 시작했는데, 그렇다 보니 내가 장사와 영업에 흥미를 가질 리 만무했고, 그 집중력을 오로지 주변인들과의 만남에 쏟아냈으며,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성취를 느끼곤 했다. 이에 당연히 매장 마찬가지로 나처럼 엉망이 되었고, 백종원이나 은현장의 모진 일갈과 폭언을 들어도 전혀 손색없을정도로 볼품없는 식당이 되었다. 


- 허와 실을 구분하지 못하다.


인간의 하루는 24시간으로 한정되어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급격하게 달라지는데, 이때 당시만해도 나는 그 24시간을 누구보다 최악으로 보냈다. 돈이 되지도 않는 식당에 우두커니 앉아서 인터넷 방송과 게임을 하는데 보내고, 정크푸드로 망가진 내 몸을 가리기 위한 고가의 사치품을 사는데 허비했다. 이렇게 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망가졌는데, 이때 내겐 조금 특이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 지나친 얼리버드와 우울증


내 삶이 악순환의 구심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흐르던 와중 어느 날부터 나는 퇴근과 동시에 씻고 바로 잠드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는데,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이상한 이유는 퇴근 후 귀가부터 잠에 드는 시간까지 족히 30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시간이 고작 저녁 8시 반부터 9시 사이라는  이다. 이에 의문을 가진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우울증의 증상 중 하나인 것을 알았다. 이에 나는 내 우울을 부정하고자 부단히 애썼지만 가족들의 눈치살과 온종일 튀김기와 씨름하느라 온몸이 절어버린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오로지 침대와 이불뿐이었다.  이에 당연히 나는 동트기 전부터 하루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 황금 같은 시간을 나는 유튜브와 게임, 인터넷 방송을 보는데 허비했다.

- 모든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의 저자 데이비드 고긴스는 모든 일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설파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열심히 학사 편입을 위해 공부하던 내게 식당 운영을 권유하신 아버지, 코로나라는 역병을 만든 세상, 청년과 자영업자에게 야박한 사회적 구조에 반기를 들며,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부정과 원망을 행했다. 그러다 문득 그들을 원망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베개를 부여잡고 주에 하루 있는 휴무를 흐느끼는데 소비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나는 두 번째 대출을 감행했다. 물론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영업 소득이 적은 영세 자영업자이자 기대출자인 내게 쌍수를 벌리며 흔쾌히 대출을 진행해 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인데, 하지만 턱 끝까지 차오르는 채무를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나는 고금리 신용카드 대출을 감행했는데, 나는 그 대출이 내 인생을 다이나믹하게 바꿔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잠시나마  숨을 쉬기 위해 그 독이든 성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천만 원 가까이되는 대출금은 두 달 채 지나지 않아 따땃해진 날씨와 함께 눈 녹듯 녹아내렸고, 나는 이것이 악순환의 가속을 만드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에게 손을 벌렸으며, 결국 나는 1년 만에  수 천만 원이나 되는 빚을 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게도 '전화위복'이란 것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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