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음

나의 엄마에게

by 늘품이

소름 끼치게 더운 여름이었다.

정말 유난스러운 여름이었다.


언젠가 한 여름에 두 아이와 택시를 탄 적이 있었다. 에어컨이 켜져 있었음에도 이미 달궈진 몸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엄마 너무 더워. 더워. 더워"


"여름이니깐 덥지. 잠깐 가만히 있어봐, 괜찮아질 거야."


그때 택시 기사분이 말씀을 보태셨다.


"너희는 좋겠다. 훌륭한 엄마를 둬서."


띠용!


아이들과 나는 순간적으로 아저씨의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해 표정으로 대화 나누고 있었다. 어느 포인트가 훌륭한 엄마란 칭찬을 끌어낸 것일까 궁금했다.


"요즘 엄마들은 그저 애들이 덥다고 하면, 귀한 자식 더위에 어떻게 될까 봐 집에 가서 에어컨 틀어줄게, 뭐 해 줄게 뭐 해 줄게. 그러는데 이치를 알려줘야지 그저 해결만 해주려고 하는데 요즘에 보기 드물게 훌륭한 엄마이신 것 같아요."


"아....... 감사합니다......."


듣고 보니 더욱 민망했다. 나 역시 종종 파워 냉방으로 징징거리는 아이들의 입을 막아버릴 때가 많, 기사님이 말씀하신 요즘 엄마들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나 역시 너무 더워 정신이 혼미하여 무의적으로 나온 말이었는데 칭찬을 듣게 되어 어리둥절했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은 어릴 적 나의 엄마 화법이었다.

덥다고 하면 여름이니깐 더운 거고, 춥다고 하면 겨울이니깐 추운 거고, 밥 먹어도 배고프면 항시 배부른 채로 사는 사람 없고. 심심하다고 징징거리면 소금 찍어 먹으라던!

마지막 이야기는 어릴 땐 이해 못 했다.


늘 내가 원하는 답변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말하는 엄마가 야속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엄마를 많이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를 낳고 양육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나를 키우던 방식은 육아서적과는 너무 다른 게 많았다.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결국 나는 육아서적을 버렸다.


지금도 잠든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절로 ' 아이고 이쁜 내 새끼들'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다 보면 어디선가 나의 엄마 목소리가 내 소리에 오버랩된다.


"아이고 이쁜 내 강아지. 보기도 아까운 내 새끼. 보기도 아까운 내 강아지."




언젠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라며 칭찬받은 적이 있다. 실제로 가끔 , 어쩌다가 그럴 때가 있다. 그때 아이들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엄마한테 해준대로 너희한테 해주는 거야. 그러니깐 다음에 할머니 보면 따블로 포옹 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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