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네 생선구이 가게

16 장미정원

by 늘품이

나는 입술을 앙 다물고 언니를 노려 보았다. 언니는 나의 눈초리를 무시한 채로 다시 핸드폰만 들여다보았다.


잠시 후, 언니는 놀란 토끼 눈으로 내게 SNS의 어떤 게시물을 보여주었다. #소지포구 검색으로 볼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게시물로 지우네 식당 사진은 물론, 밝게 웃는 모습의 이모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언니! 여기 봐요. 지우가 아니라 진우네 생선구이었나 봐요!"


"진짜네, 니은(ㄴ) 받침은 어디로 날아간 거지?"


물론 예약 선금 사기 사건이 터진 후의 소지포구에 관한 게시글들도 볼 수 있었다. 태그나 본문을 보지 않아도 이미 사진 속의 포구는 망가져 있었다. 일전에 보았던 낙서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sns에도 남아 있었다.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이모네 식당이었다. 이모님의 식당 앞에서 소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게시물도 많았다. 사진 속에서 이모님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거나,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가게를 훼손하고 그 흔적들을 명예 훈장처럼 게시하기도 했다. 간판 역시 그 흔적 중에 하나로 받침이 소실되어 '진우'가 '지우'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게시물 태그를 비추어 보았을 때, 사기 사건에 이모님이 연루된 듯한 모양이었다.


손님과 어깨동무하며 활짝 웃던 이모님의 모습에서 죄인이 된 채로 고개 숙인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그 주름의 깊이는 더 선명해졌을 것이다.


******


"아이고......! 거그를 뭐다러 자꾸 그리 들갈라하요......"


모습을 드러낸 중년 남자를 보고 이모님은 주저앉아버렸다. 준영 아빠는 곤봉을 쥔 채로 경계태세를 풀지 않았다.


"우리는 소지 포구 지구대에서 나왔습니다. 전화 주신 박진우 씨 맞습니까?"


중년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양 쪽 손을 내밀었다. 준영 아빠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남자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이모님은 남자에게 다가가 수갑이 채워진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이야? 니가 여그 있다고 전화한 거야?"


"엄마...... 미안해요."


"으쨌을까...... 이걸 으쩐다냐...... 왜 그랬어....."


이모님은 남자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어루만지기만 할 뿐 어찌할 바를 몰라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마치 하수구에 동전 빠뜨린 어린아이처럼, 눈에 보이지만 꺼낼 수 없는! 그래서 차마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듯 것처럼 말이다.


"엄마, 정말 미안해요."


"이런 오살할 놈아! 힘들어도 조금만 참지 그랬냐. 엄마가 그 돈 다 모아서 사람들한테 다 갚고 사과하고 난 뒤에 자수해도 안 늦잖아. 사람들이 너 용서해 주면 판사님도 벌 조금만 내려줄 텐데...... 좀 참지. 이렇게 가면 어쩌려고...... 경찰 아저씨! 우리 진우는 원래 첨부터 자수할라 했는데, 내가 못하게 했어요. 참말이요. 그러니 날 잡아가요. 날 잡아가소."


이모님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꺼억꺼억 울었다. 진우 씨는 눈을 질끈 감더니 경찰관들에게 길을 재촉했다.


"어르신! 진정하세요. 이런다고 아드님께 도움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준영 아빠는 이모님을 다독여 주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선주는 주먹을 떨군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선주는 "병신 새끼"라며 혀를 찼다. 진우 씨가 바라보자 선주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창섭아...... 정말 면목이 없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주는 주먹을 날려 진우 씨 얼굴을 가격했다. 진우 씨는 휘청거리며 넘어지지 않기 위해 테이블을 붙잡았다. 이모님은 재빨리 선주를 막아섰다. 준영 아빠 또한 선주를 견제하며 다가서지 못하도록 하였다. 선주는 포효하듯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선주는 진우 씨를 잠시 노려보다가 준영 아빠를 밀치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얼른 갑시다."


진우 씨는 경찰들에게 길을 재촉했고, 이모님은 다시 한번 길을 막아섰다.


"경관님, 염치없지만 밥 한 끼만 먹이고 데리고 가십시다. 오늘 한 끼도 못 먹었어라. 오늘이 우리 아 생일이요. 생일인데 미역국 한 그릇이라도 먹고 가게 해주세요. 경관님, 늙은이 한 번 봐주시요."


"아니에요, 엄마......"


언니는 슬며시 다가가 이모님 옆에 딱 붙어 섰다.


"그래요, 그렇게 해주세요! 자수까지 했는데 엄마 밥 정돈...... 먹고 가도 되잖아요! 흐흐흑......"


"서순경! 잠시 쉬었다가 가자고! "


"네. 경위님! 그럼 저희는 잠시 앞에 있을게요. 식사하고 나오세요."


경위와 준영아빠는 가게 앞 테이블로 가 자리를 지켰다.


언니는 '엄마 밥'이란 말과 함께 터진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재빨리 주방으로 몸을 옮겼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제야 정신이 들어온 것 같았다. 눈으로 보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생각에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분이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상차림을 준비하다가 안쪽으로 방문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두어 평 남짓한 공간에 작은 창이 있는 방이었다. 그 창마저 커튼으로 가려져 햇빛 한 자락 들어오지 않았다. 눅눅한 곰팡이 냄새인지 모를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듯했다.


'차라리 감옥이 더 낫겠네....'


나는 서둘러 미역국과 잡채, 불고기를 담아 내어 갔다.


진우 씨는 이모님과 마주 앉아 식사를 했다.

아들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모님은 눈에 가득 진우 씨를 담고 있었다. 햇볕은 화창하게 내리쬐고 모든 것은 정지되어 있었다. 부담스러울 법도 했을 텐데 진우 씨는 담담하니 이모님 앞에서 맛있게 밥공기를 비워내고 있었다. 그것이 어머님께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우리도 자리를 비켜주자 했지만, 언니는 다른 쪽에 자리하고 앉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터진 언니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그 옆에서 조정범은 냅킨을 계속 뽑아 주고 있었다.


"아들을 멕이려고 그렇게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매일 음식을 만들었던 거야. 흐흐흑."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아드님의 생일상을 저희가 먼저 만끽해서 너무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


"매번 말도 안 되는 반찬에 진수성찬이었어요."


"아드님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 숨어서 생활을 했을까요?"


"사람들 돈을 몰래 다 써버렸대요."


"어쩌다가!"


"sns 보면 그 사건이 꽤 되지 않았어요? 왜 여태 잘 숨어 있다가 이제야 자수를 했을까요? 진즉에 하던가......"


"자기도 버티기 힘들었겠지. 점점 늙어가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그 속이 속이었을라고......"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그랬을까요? "


언니는 갑자기 나를 흘겨보는 듯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언니는 나를 외면한 채 조정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나저나 조범이는 저 경찰 알지 않아? 인사 안 하는 것 같던데."


"준영이 아버님요?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에는, 초면은 아니지만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생판 모른다는 건 아니란 뜻이야? 그럼 준영이는 어떻게 아는 거야?"


"말하자면 좀 복잡합니다. 근데, 저 준영이 아빠라는 사람 어때 보여요?"


조정범은 슬며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준영 아빠를 주시하며 물었다. 준영의 아빠는 눈웃음을 지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번에 두 번째 본 거라서...... 좋은 사람처럼 보여요."


"그렇죠? 참 다정해 보이지 말입니다. 보기에는."


조정범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 끝에 여운을 남겼다.


"뭐야, 조범! 뭔데? 왜 말 끝에 미련을 두는 거야?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아, 그럴 리가요. 제가 아는 게 있을 리가 없습니다."


"있을 리가 없습니다는 뭔 말이야? 말의 뉘앙스가 계속 이상하네. 뭔가 있는데, 분명히!"


"아닙니다. 제가 아직 이 시대의 언어가 익숙지 않아 그렇습니다."


"이 시대라니 그건 됐.구.요! 말 나온 김에 그때 준영이네 집에서...... 응? 그때 그 순간의 그 한 컷에 대해선 설명을 해줄 수 있겠니?"


"아......! 그것도 좀 복잡한 이야기인데."


"이상해. 이상해. 아무래도 한 참 이상해."


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나 역시 찜찜한 구석이 있었지만 차마 겁이 나서 물어볼 용기가 없던 터라 내심 그 내막에 대해 알게 되길 바랐다.


"말한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저 같은 미친놈 이야기를 믿는다고......"


"알고 있는 거야? 미친 거?"


"미친 게 아니라 미친놈으로 본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뭐야! 저번엔 멀쩡하게 이상한 얘기 진지하게 잘하더니 왜 지금은 정상인처럼 그러는 거지?"


"저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얘기가 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뭐야, 사람이 일관성이 없게!"


옆에서 조용히 수다 떠는 사이 진우 씨의 식사가 끝났다. 수저를 내려놓자 이모님은 또 울음을 터뜨렸다.


"다녀올게요."


이모님은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진우 씨의 손을 잡았다.


"진우야, 미안해. 어미가 죄가 많아서 니가......"


"그런 말 말아요. 내가 너무...... 너무 못나서 정말 미안해요, 엄마."


"엄마가 좀 더 빨리 손 놔줬어야 하는데, 내 욕심 때문에 너무 오래 붙잡고 있어서 미안해."


진우 씨는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이모님은 더 늙어버린 얼굴로 아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을 했다. 아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이모님은 휘청거렸다. 휘청하는 몸으로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잠시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했다.


우리는 슬며시 큰 움직임 없이 가게 안을 정리했다. 선주가 휘젓고 간 자리도 정리하고, 진우 씨가 밥을 먹고 간 흔적도 정리했다. 그렇게 한 참 동안 이모님은 늘 그랬듯이 입구 쪽,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는 손님 의자를 끌어 이모 옆에 두고 앉았다. 이모님은 그제야 우리들이 계속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신 듯 보였다. 멋쩍은 표정으로 흰머리를 매만졌다.


"많이 놀랬제? 그랬네, 부끄럽네, 내가."


"이제 그만 등받이 있는 의자로 바꿔요. 허리 아파."


이모님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달랬고, 언니는 그 옆에 가만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봐 주었다. 조정범과 나 역시 한참 동안 가게 안에서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한참 동안!





월, 금 연재
이전 15화지우네 생선구이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