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장미정원
소지 포구라는 작은 어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적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조용하다 못해 심심한 작은 마을이었어요.
진우는 이곳에 살고 있는 늙은 청년입니다. 띄엄띄엄 찾아오는 낚시꾼들을 배에 태우고 바다로 나가 낚시 포인트를 잡아주는 일을 했습니다. 손님이 없을 때는 노모의 식당 일을 도왔지요.
언제나처럼 한 없이 조용하고 평화롭던 날이었습니다. 움직임이라곤 구름과 파도뿐이던 어느 날, 외지에서 방송국 사람들이라며 서넛이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낚싯배 체험을 콘셉트로 방송 촬영을 원하다며, 진우에게 방송 출연을 제안하게 되었어요. 벌이도 시원찮은 마당에 출연료까지 챙겨 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하루 종일 촬영을 했지만 실제로 방송은 10여 분 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송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방송이 되자마자 외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지 포구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의 주민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관광을 왔습니다. 호황 소식에 돈을 벌러 외지로 떠난 진우의 친구들도 귀향하여 함께 낚싯배 태우는 일을 도와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지요. 밀려드는 예약에 진우는 친구들과 함께 조합을 만들어 공동체로 운영했습니다.
이미 1년 치 예약금이 계좌에 예치되어 있었지요. 근 1년 치 예약이 가득 찼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호황이었던 것이었죠 몸은 너무 고되었지만 매일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가게도 엄청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중 진우네 생선구이 가게 근거리에도 새로운 가게가 많이 생겨났어요. '로드버디'라는 작은 카페 여사장은 바쁜 진우 엄마를 도와 식당 일을 거들며 친하게 지낸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요. 물론 여사장 카페에 전구를 갈거나 보수공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진우가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상부상조하며 가까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여사장은 진우의 맘에 들어오고 말았지요. 마을에서 처자라고는 볼 일이 없던 진우에겐 여사장은 첫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차이도 많이 났고, 진우 본인의 처지까지 생각하면 언감생심이라 여겨 애써 마음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우의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요! 여사장이 먼저 진우에게 다가와 고백을 하게 된 것이었죠.
"정미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네?"
"존댓말도 싫어. 정미라고 불러줘. 그리고 나를 그렇게 조심스럽게 대하지 말아 줘요."
지금껏 보지 못한 저돌적인 여사장의 도발에 진우는 옴짝달싹 할 수 없었죠. 정미라는 여자는 평범하게 생겼지만, 진우를 다룰 줄 하는 요부 같았어요. 손쉽게 진우를 사로잡았어요. 진우의 살결을 녹이는 마법의 손결을 가진 것이었죠.
모태 솔로였던 진우에게 숨 막히게 기쁜 일이 생겨난 것이죠.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자신의 살결을 만져주는 여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행복이었어요. 이제야 자신의 인생에도 볕을 보는구나라고 느끼는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