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정원 19-2
"오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전기주전자는 잘 되던가요?"
정범은 입에 밥을 가득 넣고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네. 잘 되더라고요. 천천히 드세요."
"네."
"오늘은 뭐 괜찮은 거 없었어?"
"토스터기 있는데 고장 난 거고요. 청소기가 무선인데 충전하는 건 없어요. 날개 부러진 선풍기......"
"쓸만한 것만 얘기해 줄래?"
"없어요."
"이런!"
"밥 좀 더 먹어도 되나요?"
"먹어 먹어. 많이 먹어. 그냥 먹으면서 들어. 조범아. 너! 억새풀 축제 준비하는데 갔었지?"
나는 언니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정범 역시 밥을 먹다 말고 언니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 따라다니세요?"
"무슨 소리야! 나야 비즈니스 때문에 갔었지. 거기서 너도 봤고, 준영이도 봤지."
언니는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유도신문 하 듯 정범을 바라보았다. 언니의 반응에 정범이 다소 당황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준영이랑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왜 멀리서 훔쳐만 보고 있었을까?"
"훔쳐...... 보다니요! 오해세요."
"아닌데......"
"아닌데, 내가 봤는데 니가 진척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거."
"아...... 그러니깐 그건 말하기가 좀......"
짐짓 언니의 오해를 살 법 할 만큼 대답을 계속 흐렸다. 갑자기 정리되지 않은 여려 개의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분출되었다.
"왜 말하기가 좀 그럴까? 준영이와 친분이 있다면 적어도 가서 아는 척이라도 했어야 정상인데, 왜 그랬을까...... 계속 찜찜했어. 그때 왜 준영이 옷을 벗기려고 한 거야? 그거 내가 제대로 본거지?"
"아이고!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정범은 크게 손사래를 치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언니는 의심과 확신이 그득한 눈빛으로 정범에게 대답을 갈구했으며 정범은 시원하게 경위를 얘기하지 못했다.
"이봐! 이봐! 대답을 못하잖아!"
"지금 말씀드리긴 좀 그런데...... 정말 아니에요. 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한 건 정말 아닙니다."
의심이 없던 나도 뭔가 석연찮음이 느껴지는 데 언니는 오죽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범 씨! 그러면 혹시...... 준영이 엄마한테 관심이 있는 거 아니에요?"
정범과 언니는 동시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원이, 넌 나보다 더하네!"
"아니 왜여...... 준영이 엄마가 애 엄마답지 않게 젊고 이쁘기도 하고."
"에이, 이쁜 얼굴은 아니지!"
"어쨌거나 지금 바로 말씀드리긴 그래요. 좀 더 확인할 게 있어서요. 하지만 언니들이 걱정하는 그런 변태스러운 놈은 아니니깐 걱정 마십시오. 그것만큼은 정말 믿어주셔야 합니다! 밥 좀 더 먹어도 될까요?"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시원스럽다는 못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범은 주방에 들어가 처음 먹는 것처럼 밥을 가득 담아 나왔다.
"언니들! 저 안에 여기 사장님 계신가요?"
"이모? 응. 오늘 좀 피곤해서 쉬고 계실 거야."
"우는 것 같은데요?"
"왜? 확실해?"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가 그런 나의 팔을 잡아 앉혔다.
"오늘 진우 씨 첫 공판이었나 봐."
"아......! 그래서 외출을 하셨군요. 어떻게 됐대요?"
"그냥 그건 안 물어봤어. 죄 졌으면 진만큼 벌 받는게 뭐....... 알아도 죄수복 입은 아들 모습을 보고 왔으니 속이 괜찮을 리가 없지......"
"오랜만에 멋 부리고 외출하셨을 텐데......"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마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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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와 나는 오후 내내 조용히 식당 대청소를 했다. 이모님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봐 소리 나지 않게 쓸고 닦으며 정리했다.
어느덧 해 질 녘이 되었지만 그때까지도 이모님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붉게 지는 노을을 보며 우리는 가만히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모르는 누군가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계세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