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정원 20-3
내가 중학교 입학하던 즈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온전하게 인지할 수 없었으며 그 슬픔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느끼는 상실감과 공포, 무엇보다 심연보다 깊은 그리움을 보살펴 볼 겨를이 없었다.
나에겐 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다. 추모할 겨를도 없이 나는 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 대행이 되어야 했다. 이제 막 초경을 시작한, 엄마의 보살핌이 누구보다 필요한 어린아이였지만 억지로 철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제법 그럴싸하게 잘 버텨냈다. 사춘기는 물론 보통의 내 또래들이 만끽할 수 있던 것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막냇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서른이 넘어서야 결혼을 하고 이쁜 딸아이, 지영이를 낳았다. 그간의 희생이 안락한 삶을 선사했다고 생각했다. 동생들도 모두 독립하였고, 이젠 오롯하게 나의 인생을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잠시 가슴에 묻어 놓았던 엄마를 다시 꺼내었다. 그립고 그립고 그리웠다. 이 작고 소중한 딸을 안겨 드리고 싶었다. 지영이를 볼 때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졌다. 지영이를 안고 있을 때마다, 엄마가 나를 안고 있었을 때의 모습이 그려졌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영이를 보고 있으면 더욱 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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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엄마와 같은 삶을 살아왔는데 정작 진짜 엄마가 되어서는 그냥 넘어가는 날이 하루도 없었다.
부서질 듯 작은 지영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모유도 제대로 빨지 못했다. 저도
벗어나지 못하는 공간. 하루 종일 울어대는 지영이. 그 울음소리가 온몸에 새겨질 정도였다. 팔이 끊어져라 안고 있거나 귀에 딱지가 않도록 울음소리를 듣거나, 내가 하루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며칠 동안 30분 이상 잘 수 있도록 허락되지 않았다.
"제발! 도대체 어쩌란 거야! 내가 알아듣게 해 보란 말이야!"
우는 지영이를 두고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와버렸다. 지영이 울음소리는 더 커졌고 나는 귀를 막은 체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시 후 심장이 철렁하면서 눈이 떠진다. 지영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찰나에 등골이 오싹해지며,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울다 지쳐 잠든 지영이를 보고서야 억장이 무너진다. 그때는 또 내가 운다. 저 어린 걸, 나 밖에 없을 이 작은 생명체에게!
나는 그렇게 하루에도 열두 번 미친년이 되곤 했다. 평생 보지 못한 자아의 단면을 매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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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잠을 잔 것이 언제쯤일까, 식탁에서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건 언제일까? 샤워는?
세면대 앞에 서서 나를 본다. 벌써 노안이 왔을까, 내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살 한점 남지 않은 복숭아 씨앗 같은 몰골이었다.
오늘은 우유도 잘 먹었고, 낮잠만 잘 재우면 샤워할 수 있는 시간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를 안고 몸을 흔들흔들, 다리가 아파서 침대에 잠시 걸터앉아 흔들흔들. 자세를 조금 바꿀라 치면 잠드는데 방해가 될까, 목석처럼 같은 자세에서 흔들흔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잘듯 안 자니 더 미칠 것 같았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 빨리 자라 제발.....
팔에 감각이 떨어져 비틀거리면 지영이가 울듯한 표정을 짓는다. 눈물이 흐른다. 생리혈이 세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 시트에 묻을지도 모르는데, 자세를 고쳐 앉을 수가 없다. 움직일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쯤 잘래....... 언제쯤 나를 잠깐이라도 놔줄래.
지영이는 눈을 감은 채 나를 비웃었다. 소름이 돋아 침대에 지영이를 던지고 벌떡 일어섰다. 지영이는 또 얼굴이 터질 듯이 울어댔다.
-안 속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