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FJ의 내적 손절에 대한 고찰

내적 손절이 의미하는 것은

by ph di

원래 뼛속까지 ISFJ 였던 나는 대학원에 온 뒤로 점차 S의 비율과 N의 비율이 비슷해지나 싶더니 한 번 INFJ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식 검사를 한 결과 ISFJ로 나타나 결국 나는 ISFJ 인간이구나. 를 확인했다.


ISFJ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나 영상을 보다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는 '내적 손절'인데, 공감이 가면서도 타 유형이나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ISFJ는 '내적 손절'이라는 명명으로 처리하는 것인데, 단순히 단어만 보면 오해를 주는 것 같아서 이 유형인 인간으로서 고찰을 한 결과를 적어내려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성인기를 지날수록, 그리고 특히 사회생활을 할 수록 내적 손절을 할 일이 매우 적다. 그 이유는 애초에 안 맞을 거 같으면 친해지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신경을 최소한으로 두기 때문이다. MBTI는 단지 범주에 따라 사람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손절 범위와 이유가 있을 테지만, 나는 우선 별로 안 친한 사람은 손절하지 않는다.

왜냐면 손절할 필요 없이 안 친하니까... 그냥 안 맞고, 별로인 사람이면 '저 사람은 안 맞는 사람이네'하고 딱히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쁘게 지내지도 않는다. 싫어서 거리를 둔다라기 보다는 안 맞고 불편해서 굳이 내 인간관계에 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건 비단 내 MBTI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사회에서 만나는 교류하는 사람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생각했을 때 무례하다고 생각이 들면 적당히 선을 긋고 멀리 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난 이 부류는 내적 손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나에게 내적 손절은 내가 어느정도 상대방을 신경쓰고, 내 사람이라는 범주에 들어온 사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막무가내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좀 오랜 시간 그 사람을 지켜보고, 그 사람의 행동에 따라서 그 결정을 내리는 것 같다.


보통 ISFJ의 내적 손절에 대한 설명들을 보면, '삼진 아웃' 제도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나도 비슷한 거 같다. 내가 느낀 내 주변, 그리고 나의 유형 사람들은 왠만해서는 내 사람이라는 범주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매우 관대하고, 소중하게 여긴다. 왜냐면 위에 말한 것 처럼, 내 범주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손절'이라고 명명하지도 않을 만큼 큰 관심도,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범주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에너지를 집중하고, 그 사람들이 엉뚱하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여도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근데 그 범위가 지나치면, 즉 '이해와 배려의 범주'를 넘어가는 일이 많아지면 내적 손절을 하게 된다.


상대방이 모를 정도로 '티내지 않고' 내적 손절을 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 같은데, 나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상대방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굳이 그 고유성을 뭐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어느정도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가 가장 크다.


첫 번째인 '고유성'이란 상대방이 갖고 있는 성격적 특성이나 행동은 어렸을 적 부터 만들어져온 것이기 때문에 그 고유성을 우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속 불평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물론 모든 사람은 불평을 한다 ^^ 나도 마찬가지고. 예시일뿐.) 하루종일 하는 이야기가 불평 불만만 있는 사람이라면, 듣는 사람은 결국 지치게 된다. 조금 지독한 병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마저도 그냥 그 사람의 고유성이라고 생각한다. '저 사람 눈에는 좋은 것 보다는 힘들거나 안 좋은 것들이 주로 보이나보네'하고 만다. 그리고 내 범주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그냥 들어준다. 들어주는게 큰 어려움은 아니니까. 근데 점차 그 범위가 증가하고, 나에게 피해까지 오는 일이 생긴다면 점점 마음은 멀어지고, 몸도 멀어지게 된다.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너 너무 부정적인 거 같고, 그런 너랑 있으면 나 너무 스트레스 받고 좀 힘들다'. 왜냐면 그건 상대방의 고유성을 침범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고,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두 번째로 넘어갈 '어차피 사람은 안 변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안 변한다'가 무조건적 믿음은 아니다. ISFJ의 손절에 대해 '삼진 아웃'을 비유하는 이유가 바로 이건데. 나는 기본적으로 안 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그래도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고,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으로 몇 번의 기회를 갖고 상대방을 기다린다. 상대방의 고유성을 인정하지만, 다른 모습도 있거나 그 고유성이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의 예시처럼 만약 무엇이든 불평 불만을 하는 사람이 어느날은 나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으며 나를 힘들게 한다고 치자. 그때 나는 이야기는 해볼 수 있다. 우선 너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그 점은 미안하다. 근데 나도 타인에 대해 힘들거나, 지칠 때도 있지만 그 사람의 장점이나 그 사람이 했던 좋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해준다. 만약 상대방이 그걸 충분히 받아들이고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오히려 내 사람의 범주에서 더 소중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만약 말을 듣되 아무런 변화가 없고 오히려 똑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지쳐가는 게 지속된다면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왜냐면 내 입장에서는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게 확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말을 한다고 변화하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다'라는 확정은 몇 번의 노력과 인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게 때문에 ISFJ의 내적 손절에 대해 '무섭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인간 관계를 많이 안 해봤나..? 싶기도 하다. 왜냐면 굳이 MBTI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관계에서 누군가 맞지 않고, 그리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말을 했는데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서 내적 손절을 하는 것이라면.. 과연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내적 손절'이라는 단어 때문에 '왜 아무도 모르게 손절해요?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른채로 손절 당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하는데, '내적 손절'마저도 ISFJ에게는 배려의 차원이다. 만약 내가 위의 예시인 사람과 내적 손절을 하고, 어느정도 관계는 유지하되 예전과 같이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때 상대방은 '왜 갑자기 멀어진 것 같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ISFJ 입장에서는 "너 너무 불평불만 많아서 손절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말걸지 마"라고 하지 않기 위해 서서히 멀어진 것이다.


'회피'라고 보기에는.. 여러분도 회사 생활하면서 불편한 사람 있음 그 사람한테 "왜 이렇게 불편하게 구세요? 저한테 말걸지 마세요^^"라고 하지 않나요? 물론 그런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그들 입장에서는 회피라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회피라고 명명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고, 관계를 좋게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이 이걸 모른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모든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는 것은 이미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이라면 어느정도 갖추어야 할 과업인데 그걸 알려주어야하나? 라는 의문이 들어 그 점은 상대방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대학생이면 모를 수 있기에 말할 수 있고, 말해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상대방 모르게' 내적 손절하는 것은 일말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사람의 고유성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다른 좋은 점이 있거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서서히 멀어지면서도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작은 희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이 모르게'하는 것이다. 비록 상대방이 자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짜증을 나게 했어도. 내 범주에 들어왔던 사람이기에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겠거니 싶기도 하고, 관계는 변하는 것이니까 이러다가 다시 또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즉 '손절'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울 뿐이지 '멀어진다'가 좀 더 맞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 유형이 '티를 내서 손절했다'는 정말 여러 가지로 갱생불가 관계를 의미한다. 왜냐면, 상처 받고 짜증나도 그려려니 하고 이해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티내지는 않고 멀어지는데, 티를 내서 손절했다? 앞으로 절대 다시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특히 너와는 그런 관계 안 맺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 있고, 화도 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ㅠ 인간관계는 원래 그런 것인걸... 나 사는 것도 바쁘고 피곤하고 에너지 쓰이는데, 안 그래도 관계에 에너지 많이 들이는 이 유형에게 티내서 손절했다는 것은 정말로 너와는 앞으로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건 MBTI를 넘어서 원래 사람 관계는 서로 힘들거나, 불화가 있으면 멀어지는 것이기에 못 받아들이는 게 조금 더 의아하긴 하다. 유형에 너무 집착해서 매도하지를 않길 바란다.


여하튼.. 최근에 손절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하는 바람에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글을 주저리 써봤다. 내 유형의 사람들이 오해를 받지 않기 바라는 마음도 있고, 그냥 이건 유형을 넘어서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임을 설명하고 싶기도 했다.


하여튼, 다들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기를 바라며

나는 즐거운 주말을 보내러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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