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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l 03. 2022

심리상담 1회기, 매번 다니던 도로에서 길을 헤매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리상담(개인상담) 1회기, 떨리는 마음으로 매번 다니던 도로에서 길을 헤매다.

#1. 심리상담 1회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던 찰나 매번 다니던 도로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3. 급격한 긴장감에 상담 시간 내내 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4. 일주일은 168시간

#1. 심리상담 1회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2022년 3월, 오늘은 첫 상담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일찍부터 퇴근 준비를 마친 저는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어요.

혹시나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주말이었던 오후, 상담을 하게 될 건물 앞까지 사전 답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길도 미리 익혔고, 시간도 넉넉했기에 떨리는 마음만 제대로 추스르면 상담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습니다.


#2.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는 찰나 매번 다니던 도로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차를 끌고 출발했고, 생각보다 덤덤하게 운전하며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심장의 떨림과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던 순간 도로에서 길을 잘못 탔습니다. 분명 좌회전 신호를 받았어야 했는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제 사고가 그대로 멈춰워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당연히 머릿속에 그려져 있던 내비게이션 루트가 그대로 증발해 버린 상황이었고, 초조함이 가라앉을 때까지 저는 도로를 그저 달려야만 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갈걸’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지만, 매번 다니던 길에서 사전 답사까지 마친 상황이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게 문제가 된 것이었지요. 오늘은 심리상담을 받게 되는 첫날이었기 때문에, 제가 저를 좀 더 잘 돌아보고 한번 더 챙김을 가져줬어야 했던 거였어요. 혹시 모를 대비책을 미리 마련했어야 했던 것이었죠.    


허탈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 이렇게 많아진 건지. 힘들지만 살아지고, 살다 보면 힘들어지는데,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한숨이 뒤섞였습니다. 이제는 내가 힘이 드는 건지, 아니면 괜찮은 건지 조차 헷갈리기 시작한 요즘, 심리상담을 시작한다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 이렇게 커다란 불안을 느끼게 하는지 이 상황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3. 급격한 긴장감 속에 상담시간 내내 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 상담.

문 앞까지 마중 나오신 푸근한 인상의 선생님을 처음 만나 뵙고, 상담실로 이동했습니다. 편안한 목소리와 낮은 톤이 좋았고, 책상 사이에 거리감이 경계심을 덜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듯 상담실의 분위기도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몸의 느낌은 전혀 달랐습니다. 몸에 긴장이 많이 되었고, 실내에서는 겉옷을 벗어내야 하는 제가 옷을 벗지 못한 채 50분의 상담 시간 동안 선생님과의 대화를 그대로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얼굴도 빨갛고, 몸도 긴장을 많이 하고 있는 제 모습에 선생님께서는 몸을 의자 뒤로 편하게 자리해도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저의 몸은 제 의지와 다르게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일시 부동의 자세로 팔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던 첫날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4. 일주일은 168시간

오늘 진행된 첫 상담을 통해 일주일이 168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그중 1시간을 상담 시간에 함께 사용하며 앞으로의 일주일 167시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는 저의 짧았던 다짐 답변에,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담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해주시는 선생님의 따뜻했던 모습에, 앞으로의 상담시간이 더욱 기다려지고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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