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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n 28. 2022

할머니, 내가 수급자예요?

사회복지사의 좌충우돌 성장 Story

<지역사회 실천사례_조부모 가정 이야기>

#1. 할머니 내가 수급자예요?
#2. 나는 우리 손녀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3. 그 말을 듣게 된 순간 사회복지사인 저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습니다
#4. 사회복지사로서의 가치혼란
#5. 동료 사회복지사와의 소통 속에서 찾은 정답!
#6. 감탄과 부끄러움의 공존, 방향을 찾다
#7. 낙인감이 아닌 복지서비스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는 긍정의 안내자,
     조력자가 되어보자!
     내담자가 주변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8.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1. 할머니 내가 수급자예요?

2021년 9월의 어느 날, 올해로 17살인 가영이(가명)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늦은 저녁 상기된 얼굴을 한 채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 나 수급자예요?"

할머니가 방 어딘가에 놓아두었던 수급자 증명서를 까맣게 잊고 있던 사이 가영이가 그 증명서를 발견했던 것이었습니다.


#2. 나는 우리 손녀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가영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고, 하얗게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물어보는 손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어떠한 부연설명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우리 손녀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그냥 걱정 없이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엇나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해"
"엄마 아빠 사랑도 받아보지 못한 저 어린애가 항상 안쓰럽고"


#3. 그 말을 듣게 된 순간 사회복지사인 저는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습니다.

2021년 1월, 첫 면담 이후부터 현재까지 가영이&할머니와 함께 걸어왔던 시간들이 스냅사진처럼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손녀를 위해 언제나 자신을 낮추었던 할머니의 모습, 그런 할머니를 위해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던 손녀.

그런데,

올해로 17살인 가영이가 아직까지도 자신의 가정상황(기초생활수급)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고,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타이틀 자체가 부정적으로 낙인화 되어 있는 가정환경에 속상한 마음도 컸습니다.

"가영이한테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지"
"알고 나면 본인이 기가 죽잖아"
"자기 친구들은 다 부모님들이랑 살고, 아파트에 산다며 지금도 기가 죽어 있어"


#4. 사회복지사로서의 가치 혼란

저는 생각했습니다.

2021년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17살 가영이가 현재까지 자신의 가정상황(기초생활수급)을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지. 아동을 곁에서 홀로 양육해오던 할머니의 노력만으로 가능했던 일이었을지. 그렇다면, 할머니의 바람처럼 가영이가 자신의 가정상황(기초생활수급)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한 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묵묵하게 지켜보아야만 하는지. 사회복지사로서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적용하고 가정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며, 가영이가 건강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적립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보아도 괜찮을지.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5. 동료 사회복지사와의 소통 속에서 찾은 정답!

<중고등학교 무상교육>
가정이나 소득 상황에 황에 상관없이 학생에게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게 하지 않고 무료로 실시하는 교육 ex) 입학금,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의 면제

학생 가구의 금전적인 어려움, 각종 신청과 증명서 제출, 소득재산조사를 통한 증명절차가 일체 필요 없는 중고등학교 무상교육 제도는, 가영이가 사회적인 편견 없이 친구들과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호해 준 것이었고, 그제야 저는 가영이의 상황이 이해되었습니다.


#6. 감탄과 부끄러움의 공존, 방향을 찾다.

내담자(Client)는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을 매년 내담자(Client)에게 요구해야만 하는 현행 복지제도

순간 무상교육제도에 대한 ‘감탄’과 현행 복지제도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이 함께 밀려들었습니다.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또는 기존 서비스의 지속, 종결 절차에 대한 준비를 위해 매년 연례행사처럼 내담자에게 안내되고 있는 소득증명서류 제출에 대한 요청.

가끔은 너무나 기계적인 시스템처럼 그 절차를 당연한 과정으로 치부하며 서류 채우기에 급급해하고 있던 나의 모습은 없었는지, 사회복지사업을 일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우리가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 하에 내담자 가정에게 너무나도 쉽고 안일한 마음으로 차별과 편견, 수치와 모멸, 복지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주는 선두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해보았습니다.


#7. 낙인감이 아닌 복지서비스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는 긍정의 안내자, 조력자가 되어보자! 내담자가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사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거 가난 때문에 서러움을 겪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이 올라와 시선을 끌었다. 글쓴이 A 씨는 자신의 중학생일 때 있었던 가슴 아픈 에피소드 하나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해당 글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같은 반 아이들이 A 씨를 기생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A 씨는 기생수가 애니메이션 ‘기생수’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기생생물을 말하는 줄 알았다. 단순히 자신이 못생겨서 그렇게 놀리는 줄만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별명에 숨겨진 뜻을 알게 된 A 씨는 집에 돌아와서 울고 말았다. A 씨의 별명이던 기생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연은 비단 A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이 약점이 되고 더 나아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KBS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에서도 전교 1등을 한 손수정(보 모아 분)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이 소문나자 학급 아이들이 그를 무시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손수정은 아이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고 성인이 돼서도 사건 이후로 그 누구도 믿지 못한다고 말한다.

해당 장면은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가난을 낙인찍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공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지금부터 저는 새로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뎌보려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는 타이틀 자체가 가난을 낙인찍는 수치감, 부정적인 가치관으로 자리 잡혀 있는 가영이에게, 지역사회 복지제도에 따른 긍정의 메시지를 차근차근 전달해보려 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가영이가’

‘자신의 상황을 고통과 낙인감으로 치부하며 회피하지 않고’

‘복지 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한 청소년으로 건강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주변 환경과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긍정의 힘을 전파할 수 있는 안내자,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려 합니다.


#8.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가영이가 세상의 편견으로 힘겨워하지 않고 당당하고 꿋꿋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영이의 변화될 모습이 궁금하신가요? 저도 궁금합니다.

복지서비스는 자선이나 시혜적인 성격이 아닌 내담자의 자립을 위한 조력의 과정입니다.
생각의 전환, 우리 모두 함께 실천해주세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지역사회 모든 사회복지사 분들을 응원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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