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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Oct 23. 2022

심리상담 30회기, 꿈속에서 처음 해본 이야기

새로운 소통의 창구ㅣ상담 후 선생님께 이메일 글 작성하기

꿈속에서 처음 해본 이야기
(저 사람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어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번 주는 상담 내용 말고, 저의 이야기로 메일 내용을 채워도 괜찮을까요? 


오늘 꿈을 꾸었습니다. 

잠결에 울부짖다가 깨어나게 되었는데, 눈물을 많이 흘린 상황이었어요.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

오늘 꿈속에서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그리고 그 사람 앞에서, 내가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던 제 모습을 보았어요.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온 가족이 저에게 등을 돌리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저를 나무라는 모습을 보았어요. 

그 사람은 너무나 당당하게, 웃음 지으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고요. 

심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습니다. 

죽어 버릴 것 같았어요.

죽여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 그리고 가족들 모두 다요.      


기분이 너무 역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느껴본 감정 중에 최고로 불편했던 감정을 오늘 꿈을 통해 느껴본 것 같아요.      


나를 좀 봐달라고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고 

저 사람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 줄 아느냐고 

소리치며 울부짖었던 순간 

그 단어를 목청껏 외치며 혼자 울부짖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이었지만 갑자기, 그것도 처음으로 마주했던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주했을 때 모든 가족이 등을 돌린 상황이 많이 불편하기도 해서..

꿈속에서 그 사람의 태도, 그 속에서 느꼈던 화가..

아직까지도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어 혼란스럽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이런 게 파국화 인가요.     


그런데요 선생님. 꿈속에서 일어난 상황이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리치며 울부짖었을 때.. 저는 누구보다 진실이 밝혀지길 원했던 것 같았거든요. 

나를 좀 봐달라.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저 사람이 저런 사람이다. 

이런 일이 있었고, 그에 마땅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들이 정말 강하게 들었으니까요.


지금도 제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거겠죠..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진정이 되지 않습니다.

현실도 아닌데.. 

꿈에서 일어난 일로 이렇게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하고 싶습니다..


저는 PTSD 환자입니다. 뭐가 이렇게 두려울까요.

글을 통해서도 세세한 내용을 적어내지 못하는 제 자신이 참 한심합니다.

언젠가는 글로 모든 내용을 풀어쓸 수 있는, 

단어를 작성해 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겠죠.

그날을 기다리며.


2022.10.23.(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꿈 속에서 처음 해본 날.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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