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리지아 Dec 10. 2022

심리상담 금단현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출처: naver

매주 1회 심리상담을 위해 상담 선생님을 찾아뵙던 나는 최근 3주라는 시간 동안 상담실을 방문하지 못했다.


회사법인 송년회, 그리고 코로나 확진에 따른 자가격리. 의도하지 않았지만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해야 했고, 1주, 2주, 상담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순간을 지내오며 내 삶은 하루하루가 무기력해져만 갔다.


상담을 받아온 8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지금처럼 긴 휴식기는 처음 있는 일이기도 했고, 오랜 시간 상담실을 방문하지 못하다 보니 금단현상처럼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술은 매번 찾아마셔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을 먹고 있지만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나는 금단현상에 대한 어려움을 말로만 익히 들어왔고 머리로만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금단증상을 심적으로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배도 아니고 술도 아니고, 약물도 아니고, 심리상담으로 인해 금단증상을 느끼게 되었다고?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금단 형상이란, 지속적으로 사용하던 물질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사용양을 줄일 경우 나타나는 물질 특이적인 정신 및 신체 증후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물질에 대한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완화할 목적으로 다시 그 물질을 복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되는데. 예를 들어, 코카인의 압도적인 쾌락 효과 때문에 어떤 사용자들은 약물을 구하고 그것을 무한정 자가 복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에게 있어 심리상담은 끊을 수 없는 약물중독과도 같은 것일까?

그렇다.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매주 1회 받아오던 상담. 그랬던 상담을 하루아침에 무려 3주라는 시간 동안 중단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며 내 몸은 약물 사용을 중단한 것과 같은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매 순간 심리상담이라는 약물을, 상담 선생님이라는 약물을 찾고 있는 연약한 내 모습을 마주 했으니 말이다.

우울: 하루 종일 우울의 늪을 걸어야만 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물꼬를 틀고 내 정신을 괴롭혔다.
불면: 하루 4시간 이상을 잠들지 못했다. 1시간에 한 번씩 깨어나기는 기본. 머릿속의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잠들지 못했고 모든 시간들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좌절: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할까. 상담에 의존해야만 하는, 의존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보기 싫었다.
분노: 상담이든 뭐든 모든 걸 다 그만하고 싶었다.
초조: 일상에 집중할 수 없었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상담 선생님이 계속 생각이 났다. 상담에 가고 싶어. 상담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 다음 주에는 꼭 상담실에 방문해야 해.
불안: 두렵고 무서웠다. 매주 상담이 필요한 내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이후의 상담 종결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밀려왔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주위집중 곤란: 매일 돌아가던 기본 업무에서의 누락이 또다시 발생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업무조차 챙겨나갈 수 없는 내 현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떤가. 이쯤이면 심리상담이라는 중독과 내성, 그리고 의존성에 나의 두 발이 단단하게 묶여 있었다고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데 알고 있는가?

우리는 일상 중에 생각보다 많은 중독의 증상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의 일과와 함께 시작하는 커피? 하루의 일과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산뜻하게 만들어주지 않는가?

고된 업무를 마친 뒤에 마시는 한잔의 술? 고된 업무를 마친 뒤에 마시는 한잔의 술은 일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씻어주는 청량제가 되어준다.

지루한 학교 공부 뒤에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온라인 게임이나, 오랜 절식 뒤에 맛보는 달콤한 간식은 우리의 쾌감을 자극하듯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중독의 증상들은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지탱해 주는 영양제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심리상담이란 나에게 앞으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영양제가 따로 있을까.

내게 필요하고 그로 인해 힘이 난다면 그것이 나에게는 꼭 필요한 필수 영양제일 것이다.

나에게 상담이 그러하듯이.

우리 모두에게는 중독의 증상을 일으킬 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필수 영양제들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END.                    

작가의 이전글 심리상담 30회기, 꿈속에서 처음 해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