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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Sep 12. 2022

낯선 장소에서의 재회

사회복지사의 좌충우돌 성장 Story

2019년 6월 어느 주말. 격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던 저는 오른쪽 무릎에 심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한강 야경에 빠져 30km가 넘는 거리를 이미 달려간 후였기에, 큰일이다 생각했어요. 집까지 가려면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를 왔던 그대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으니까요. 택시를 탈 수도, 지하철을 탈 수도 없는 상황에 참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쪽 발만을 이용해서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난생처음 묘기를 부리며 집까지 되돌아왔던 30km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웃픈 기억이 되었는데요. 평평하게 이어지는 줄만 알았던 한강공원 자전거길은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많더라고요. ^^ 진땀을 뺐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른 다음날. 출근을 위해 몸을 일으킨 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게 됩니다. 통증이 찾아오던 무릎은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있었고, 결국 저는 깁스를 한 채 병원 입원을 하게 되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로 인해 직장에서는 전 직원 자전거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는데요. ^^ 직원들의 원성이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합니다.

병원이라는 낯선 장소에서의 생활, 불편한 몸, 흐르지 않는 시간 등 무료함 속에 점점 지쳐가던 저는 담당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던 물리치료실로 무거운 다리를 절뚝거리며 이동했습니다. 무릎에 전해지는 물리치료기의 압력은 눈을 질끈 감을 정도로 통증이 컸고, 강약 조절을 위해 담당 선생님을 부르려 누른 벨은 감감무소식. 어금니를 꽉 깨물고 확 걷힌 커튼 바로 건너편에서는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
"이건 분명 우리 복지관을 이용하시던 어르신의 목소리다!"


순간 다리에 전해지는 통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병원에서의 만남이 기쁜 일은 아니지만 그 시간, 그 장소, 그 상황에서는 우리의 만남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커튼이 걷히고 어르신께서 저를 바라보시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어?? 어디서 봤지?? 궁금함과 생각 속에 순간 떨리던 눈동자, 놀람, 재미남과 웃음.
"어이구 선생님!! 왜 이곳에 있어요! 허허허 허"
"어이구 반가워라, 이렇게 반가울 수가. ^^"


같은 색깔, 같은 무늬, 같은 병원 옷을 입고 한쪽 팔에는 링거를 꽂은 채 서로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우리 두 사람은 약 반년이라는 시간 만에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재회(거주지 이전으로 복지관 이용이 종결된 어르신이셨어요)하였고, 흥분하며 호탕한 안부인사를 나누던 모습에 물리치료실 모든 환자, 선생님들의 이목을 집중받았던 재미난 순간이 기억이 납니다.      


복지관 안에서나 밖에서나 우리 사회복지사들을 향해 항상 환하게 웃어주시던 어르신들의 마음이 바로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너무나 반가운 마음. 얼마 전 진행한 다리 수술로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던 찰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져 있던 즐거운 생각이 스치듯 떠올라 3년이 지난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몸이 불편하고 아프시더라도 언제나 사회복지사를 향해서는 환한 미소와 사랑을 선물해 주시는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업무로 인해 힘은 들지만 누구보다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직업, 사회복지사.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지역사회 모든 사회복지사 분들을 응원합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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