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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n 02. 2023

심리상담 1년 차, 편안함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이 좋다

내 삶은 상담으로 채워집니다.

혼자 참 많이 울었다. 누가 나를 한 번만 꽉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날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삶이 너무 힘들었나 보다. 사람의 따뜻함이 그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주변 그 누구에게도 나를 한 번만 꽉 안아달라는 이야기를 못하겠더라. 중요한 건 내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 서글펐다.


상담이 마무리되고 선생님께서 품에 안아주셨던 그날, 사람의 온기, 그리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는 부모님과도 따뜻한 포옹을 해보지 못했다. 살짝 안아보기는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함 뿐이었다. 부모님께서도 나에이야기했었다.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그래서였을까. '사람의 온기는 참 따뜻하구나'. '이런 게 행복한 삶 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이런 삶이 말이다.


그 순간, 그 따뜻함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편지글: 나의 선생님께>

작년, 저는 제 인생에서 마지막 상담을 시작했고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 동안 곁을 지켜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편지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요즘 저는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삶의 루틴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던 적은 없었는데요. 그냥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버거운 인생이었다고. 그렇게 단정만 지으며 살아왔었죠. 그런데 상담을 시작한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는 지금, 그동안 선생님과 함께 걸어온 상담의 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 볼 때마다 이제는 내 삶의 루틴이 조금씩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아요.


감정의 파도가 심하게 요동을 쳤을 때가 언제였는지. 지치고 많이 예민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결국에는 그 순간들을 헤쳐 나왔지만 그날로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하고 싶은 목표를 앞에 두고서도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듯한 느낌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매번 힘듦과 나아짐을 반복할 때마다 마주했던 이슈들은 무엇이었는지를요.


그동안 저는 제 삶에 어려움이 다가올 때마다 무조건 기억하고 싶지 않던 그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고만 단정 지으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연결고리가 있다고만 생각했고, 실제로 많은 순간들이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좌절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는 버텨내는 삶을 지내왔었죠.


그런데 선생님을 만나 뵙고 제 안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다는 것을 느껴요. 상담시간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들, 고정되어 있던 생각들을 순간순간 짚어주실 때면 맞아! 그렇지, 아차! 하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그럴 때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상담을 마친 후 나 자신을 한참 되돌아보게도 돼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그래프는 나선형이라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원형인 것만 같아도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선형이라고요. 저는 이 말이 선생님과의 상담을 시작한 후부터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아직도 많이 느린 거북이 같지만 이제는 내 인생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변화가 있다고 느껴요.


직장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죠. 그동안 쌓인 경력을 통해 숙련되어 있는 업무처리 능력, 전문적인 문제해결 능력, 빠른 업무 이해 및 습득을 통한 이행력 등.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상담 시간이 더욱 기대됩니다. 이제 내담자로서도 1년 차가 넘었는데, 그동안의 상담경력이 앞으로 제가 꾸준하게 변화해 나가는데 탄탄한 발판이 되어줄 것만 같거든요.


최근 들어 작년에 마주쳤던 이슈를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한숨이 나왔어요. 그런데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작년에도 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는 선생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었지? 그 당시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해결하려 노력했을까. 헤쳐나갔던 방법은 무엇이었지?라는 생각을요. 저 경력자 맞죠? 이런 것들이 상담의 효과인가요?


선생님, 저는 학창 시절부터 죽음을 가깝게 느끼며 살아왔고, 제가 기억하는 한 굉장히 살고 싶다거나 살아서 무언가를 꼭 이루겠다고 생각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죽음은 인생과도  같은 당연함이었고, 죽음은 함부로 누를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누르게 될, 때로는 누르고 싶은 스위치 같은 것이었어요. 살아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어버리면 다 끝날 것 같은데, 죽는 것 마저 쉽지가 않아서 방황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버텨내는 것도 고통,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고통인 이 삶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고민하고 결론지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많이 힘들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혼자서 무작정 버텨내기만 했던 예전의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요.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나도 괜찮아질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과 목표까지 장착한 채 말이죠.


현실에서는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없을 것만 같았던 마음이, 삶의 어려움들이, 매주 상담 시간을 통해서 조금씩 풀어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데요. 물론 아직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한주 내내 몸과 마음이 힘이 들기도 하지만요. 이 또한 앞으로 많은 경험들을 거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는 저를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 발걸음에 맞추어 주셔서,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 저라는 사람 곁에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큽니다. 앞으로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는 내담자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언제나 내담자를 위해 온 맘과 사랑을 전달해 주시는 세상의 모든 상담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모든 내담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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