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근무 중, 복지관 사무실 '자동문'을 '똑똑똑'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문 앞을 서성이는 어르신을 직접 마주했다.
길을 걷다가 혹은 건물을 들어가다가 자동문 앞을 서성이고 계신 어르신을 본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또는앞으로 그럴 경우가 생긴다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어르신의 시선을 따라가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복지관에서 복지관을 들어오지 못하는 어르신을 마주하곤 한다. 이게 무슨 일일까?
최근에는 상가, 사무실, 빌라 등등 장소와 상관없이 건물 입구 또는 상가 문이 자동문으로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동문은 편리하다. 그리고 안전하다.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서 동선의 편리함과 깔끔한 디자인, 추가로 자동문은 활짝 맞이해 주는 듯한 부드러운 작동 덕분에 매장이나 기업의 첫 이미지를 결정지어 주기도 한다. 장점이 정말 많다는 말이다. 직접 문을 열 필요도 없어서 힘도 안 들고 짐을 많이 들고 있을 때는 너무 반가운 것이 현관 자동문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좋은 자동문도 복지관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더라. 아니,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의 눈높이에서는 그 장소가 어디든지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 될 수 있더란 말이다. 물론, 자동문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훨씬 많기는 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소수 어르신의 눈높이'에서 글을 작성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의 어르신이란, 배움의 기회가 없었거나, 학업이 늦어 한글을 깨치지 못한 어르신을 말한다.
자동문에서 '눌러주세요'라는 글자를 본 적 있는가? 열림버튼 말이다. 간혹 'PUSH'라는 영어가 적혀있는 버튼도 볼 수 있더라.
그런데 생각해 보자. 내가 그동안 자동문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면? 자동문을 처음 봤다면? 그런 내가 한글을 깨치지 못한 사람이라면?이라고. 과연 내 앞에 있는 자동문을 쉽게 열고 들어갈 수 있을까? 한글을 깨치지 못한 우리 어르신들이 '눌러주세요'라는 버튼을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어르신은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문 앞을 서성일 것이다. 자동문을 똑똑똑 두드리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복지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직접 경험했다. 맞다. 그래서 당황했다. 이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생각과 고민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사회복지관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어르신들의 일상을 그분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어르신의 일상이,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일신상의 어려움이, 내 일상처럼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단말이다.
그래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곁에서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했다.모든 고민들이 모여 해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왜냐면 나는 아직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어르신들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그리고 당황스러움 없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자동문을 쉽게 이용하게 될 수 있을까?
(키오스크 등.. 고민점들은 참 많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어르신을 사랑하는 한 명의 사회복지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지역주민으로서, 그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민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