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왓챠

브랜드 디자이너의 왓챠 분석

by 감각채집가

# 감각채집2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흔하지 않다. 왓챠는 그게 가능했고, 그래서 이 플랫폼이 오래도록 좋았다. 어릴 적부터 영화랑 영드를 정말 좋아했는데, 왓챠에서 좋아하는 콘텐츠에 별점을 매기고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어쩌면 내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서 영화를 더 좋아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럴듯한 코멘트를 남기고 누군가 내 글에 공감 버튼을 눌러줬던 순간도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머쓱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꽤 즐겁게 진심으로 이 공간 안에 있었다.


왓챠는 내 취향을 알아가게 만들었고 더 많은 영화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줬다. 그 경험은 지금 내가 디자이너라는 길을 걷게 된 데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왓챠가 왓챠플레이로, 다시 왓챠피디아와 왓챠로 흐름을 이어가는 걸 쭉 지켜봐 왔다. 그 변화를 응원하면서도 내가 왓챠를 꾸준히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이고,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영화 기록 및 추천에서 숏드라마까지

왓챠는 영화 감상평 및 추천 서비스로 시작해, 지금은 왓챠피디아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독립 운영되고 있고, OTT 서비스는 ‘왓챠’로 분리되어 나왔다. 왓챠피디아와 왓챠는 서비스는 따로 운영되지만 계정은 연동되어 있어서 보고 싶어요를 누른 작품, 높은 평점을 준 영화, 팔로우한 유저의 리스트 등 내 취향이 반영된 콘텐츠들이 OTT에서 자동으로 추천된다. 지금 보고 있는 또는 본 콘텐츠를 기준으로 추천하는 다른 OTT들과는 다르게 왓챠는 '내가 이전에 좋아했던 취향'을 바탕으로 큐레이션이 이뤄진다.


물론 왓챠도 완전히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이라기보단, 왓챠 자체에서 분류한 ‘태그’ 기반으로 추천이 돌아가기 때문에 정확도 면에서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왓챠피디아에 오랜 시간 축적된 방대한 평점 데이터와 정교한 태그 분류 시스템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꽤 잘 맞는 추천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이후 웹툰, 책뿐만 아니라 기존 구독형 OTT 서비스에서 영상 콘텐츠 개별 구매(TVOD)와 웹툰 개별 구매(PPV)도 추가되고, 숏드라마 플랫폼 '숏차'도 론칭되었다. 이런 변화들 덕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결국 흑자 전환에 성공하였다.




출처 : ordinary people
출처 : 왓챠 브랜드 가이드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왓챠는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자란 경험, 각자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던지는 힘은 결국 다양한 시선에서 시작되니까. 획일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다양함을 지키고 존중하려는 태도다. 그래서 왓챠는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세상’을 핵심 철학으로 말한다.


이 철학은 브랜드 리브랜딩 과정에서도 중요한 축으로 작용했다. 오디너리 피플에서 진행한 왓챠 리브랜딩 역시 이 가치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었다. 넘어가는 W 엠블럼은 기존의 경계를 넘는 확장성을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각도는 서로 다른 시선을 존중하는 태도를 상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고 시스템은 왓챠피디아, 왓챠 익스클루시브 등 내부 서비스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왓챠의 브랜드 철학을 일관성 있게 전달한다. 개성 있는 핑크 컬러와 콘텐츠 집중을 돕는 기능에 충실한 블랙 컬러, 비스듬한 각도의 서체는 왓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사용자들에게 브랜드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출처 : ordinary people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를 보면, 당시에는 W컷을 활용해 콘텐츠에 적용하는 가이드였다. 2021년도 작업이라 그런지, 지금 인스타그램을 보면 포맷이 꽤 달라진 느낌이다. 물론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들이 노출되기 때문에 각 콘텐츠 간 차별화를 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겠다. 최근 올라오는 콘텐츠에는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가 자주 보이는데, 이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한 걸까? 기존 에셋 가이드와는 조금 다른 무드가 느껴진다.



타 OTT와 다른 왓챠의 가장 큰 매력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큐레이션이 내 취향에 맞는가’에 관심이 생긴다. 짬 내서 보는 영화니까, 되도록 실패 없이 내 취향에 맞았으면 좋겠고, 더 좋은 큐레이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하지만 정작 양질의 콘텐츠를 고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알고리즘 추천 영화를 몇 번 보다 보면 ‘이걸 정말 나를 위한 추천인가?’ 싶은 순간도 많고,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이라도 편마다 평가가 갈리거나 같은 장르인데도 완전히 다른 감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결국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이었다. 취향이 맞는 친구, 믿는 리뷰어, 평론가 혹은 영화감독이 추천한 리스트들을 하나씩 찾아본다. 신뢰하는 사람의 손을 거친 콘텐츠는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왓챠도 마찬가지다. AI 추천도 잘 작동하지만 팔로우한 유저나 평론가가 남긴 평이나 코멘트를 참고할 때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왓챠가 특별하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영화에 진심인 사람들의 신뢰를 서비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왓챠피디아 안의 책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책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고 싶어요’를 누르게 되고, 사람들이 남긴 평이나 코멘트를 보며 고르게 된다. 이상하게도 콘텐츠를 고르는 기준이 '작품'보다는 '그걸 추천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영화든 책이든, 나와 비슷한 감각을 가진 누군가의 취향이 더 믿음직하다.




온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왓챠파티

코로나 시절 온라인 기반의 소통 서비스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왓챠는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과 콘텐츠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왓챠파티’를 론칭했다. 감상하고 싶은 콘텐츠로 직접 파티를 개설하거나 이미 열려 있는 파티에 참여해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많은 이용자들의 반응에 힘입어 정식 서비스로 오픈되었고, 영화번역가 황석희 님 등 영화 관련 유명 호스트들과 함께한 왓챠파티는 꽤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이 경험은 오프라인으로 확장되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성수동의 작은 영화관 무비랜드에서
‘왓챠파티@무비랜드’라는 오프라인 상영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매달 하나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그 사람의 추천 영화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문상훈 님의 큐레이션을 꼭 가보고 싶었지만 결국 놓쳐버려 아쉽다. 또한 신작영화 온라인 GV, 오비맥주와의 협업을 통해 ‘왓챠파티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온라인에서도 꾸준히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방식이 좋았던 이유는 결국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콘텐츠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경험, 그걸 통해 조금씩 연결되고 나눌 수 있다는 구조. 왓챠는 큐레이션도 관람 방식도 결국 사람을 매개로 연결된다.




좋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왓챠의 또 매력은 왓챠만이 다루는 콘텐츠에 있다. 넷플릭스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가까운 고전영화나, 인디영화, tv시리즈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금 독특하고 때로는 낯선 장르들. '퀸크랩' 같은 영화가 메인 화면에 걸려 있는 걸 봤을 땐 진짜 이걸 보라고 보여주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전략적 일 수밖에 없는 방법이지만, 흔한 걸 보려다가 왠지 낯선 걸 누르게 만드는 힘 같은 게 있다.



이후 선보인 ‘왓챠 오리지널’는 그 정체성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시맨틱 에러’처럼 BL 장르를 정면으로 다룬 콘텐츠들. 예전엔 쉽게 메인에 걸지 못했을 콘텐츠들이 왓챠에선 주력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주연 배우 2인은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인기스타상을 타고, 에이판 스타어워즈에서는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했다. 또한 주연 배우가 소속된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은 음원차트에 역주행을 하며, 드라마 공개 후 웹소설 거래액은 이전 대비 576% 증가했다.


플랫폼이 먼저 선택하고 사람들이 그 선택을 따라간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왓챠가 먼저 믿어준 것 같은 구조. 그게 이 플랫폼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왓챠는 특정 취향의 확고한 팬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믿는 플랫폼 같다. 대중성보다 개성, 주류보다는 좋아하는 걸 향한 진심. 주류냐 비주류냐보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먼저 반응한다.




좋아하는 이유까지 말해주는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걸 넘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왓챠피디아 내 ‘매거진’ 콘텐츠를 보면 그 흐름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콘텐츠 추천을 넘어 감독이나 제작자 인터뷰, 영화 관련 굿즈 제작자 인터뷰, 취향별 큐레이션 콘텐츠까지 직접 발행하며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끌어온다. 그 안에는‘이 영화를 왜 좋아하게 됐는지’ ‘누가 만들었고, 어떤 맥락이 숨어 있었는지’를 탐색하려는 시선이 담겨 있다.


왓챠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걸 넘어 영화를 이야기하고, 해석하고,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장치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냥 보여주는 걸 넘어서, ‘함께 좋아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당신 이거 좋아할 거예요”를 말하는 플랫폼을 넘어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까지 같이 이야기해 주는 플랫폼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보다 영화에 진심인

왓챠는 2021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왓챠상’을 제정해 우수한 신인 감독과 독립 영화 발굴에 힘써왔다.가능성 있는 작품들이 더욱 다양하고 경쟁력 있게 창작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넘어 산업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외에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평창국제영화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등 다양한 국내 영화제를 후원하며 한국 영화의 성장과 장르적 다양성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신진 작가와 감독들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서울예술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의 졸업영화제를 후원해 왔으며, KAFA 졸업영화제의 경우에는 왓챠 내에서 온라인 개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왓챠는 좋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앞단을 함께 만든다.







한때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지속된 위기와 실적 부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왓챠를 응원한다. 왓챠는 콘텐츠를 고르는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취향을 인식하고, 연결하고, 표현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해 왔다. 누군가의 ‘좋아함’을 믿는 태도는 큐레이션, 매거진, 인터뷰, 그리고 ‘파티’라는 이름의 모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그걸 설명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것들을 연결해 주는 구조. 왓챠는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만들어왔다.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는 세상. 왓챠가 계속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



출처 : 내 왓챠피디아

성된 로고 시스템 가이드를 제작했다.

모두의 다름이 인정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더 다양한 세상을 만든다’

참고 : https://ordinarypeople.info/work/watcha

참고 : https://watcha.team/af019 cba-e6d6-4232-b395-a2 a300 a71 f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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