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이너의 무신사 분석
#감각채집5
다 무신사랑해. 이 한 줄의 메시지에서 무신사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됐다. '살 땐 무신사랑 해'라는 직접적인 구매 유도이자, '무신사 사랑해'라는 감정적인 고백처럼도 들리는 이중적인 의미인 이 카피난 짧고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무신사의 정체성과 위트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옷을 잘 입고는 싶은데 솔직히 브랜드는 잘 모르는 나에게 무신사는 꽤 익숙한 플랫폼이다. 쇼핑을 하려다 무심코 들어가면 그날의 랭킹이나 인기 브랜드를 훑어보게 되고, 무신사 스냅에서 스타일링 팁을 얻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옷을 살 땐 자연스럽게 무신사를 먼저 검색하게 된다. 꼭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듯 콘텐츠를 훑고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스타일을 관찰한다. 무신사는 쇼핑이라는 행위 이상으로 ‘패션을 보는 습관’을 만들고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당시 무신사는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신발 컬렉션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였다. 특히 한정판 브랜드 신발이나 해외 스트리트 브랜드 제품 사진이 활발히 공유되면서, 신발 덕후들의 놀이터로 자리 잡았고 자연스럽게 패션 커뮤니티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후 무신사닷컴을 구축하며 ‘스트릿 스냅’ 같은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였고, 단순히 물건을 사는 쇼핑몰을 넘어, 패션 정보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콘텐츠 중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구매자’가 아닌 ‘사용자’로서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가는 흐름이 이 시점부터 만들어졌다.
본격적인 커머스 플랫폼으로 방향을 트기 전, 무신사는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패션 콘텐츠의 확장을 시도했다. 창업 초기 10년간은 이커머스보다 콘텐츠 중심 플랫폼에 가까웠고, 이는 이후에도 무신사가 독보적인 콘텐츠 전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커머스로 확장한 이후에는 29CM와 스타일쉐어 인수, 무신사스탠다드 등 PB 브랜드 및 부티끄, 뷰티, 플레이어 등 전문관 운영을 통해 타깃과 카테고리를 폭넓게 다각화하고있다. 또한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위한 무신사 스튜디오와 무신사 파트너스, 브랜드 소싱을 위한 무신사 트레이딩, 리테일 플랫폼인 솔드아웃과 엠프티, 그리고 공간 기반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퀘어, 무신사 개러지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며 입체적인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금의 무신사는 브랜드와 디자이너 중심의 전문 플랫폼 이미지를 갖추고 있으며, 독보적인 콘텐츠 기반 큐레이션 전략을 유지하며 남녀 유저 비율도 균형 있게 확대되었다. 여전히 ‘패션 콘텐츠’라는 DNA를 중심에 두고, 브랜드와 사용자를 연결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무신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의 이야기, 상품 정보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미디어이자 콘텐츠 허브에 가깝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단순한 입점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전개 방향을 면밀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쇼케이스, 스타일링 화보, 거리 패션 콘텐츠, 큐레이션 숍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로 재해석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신사만의 차별화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 성향이 강한 무신사는 유저의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이 높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단순한 쇼핑몰을 넘어서, 브랜드와 사용자가 함께 콘텐츠를 소비하고 반응하는 미디어형 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전략이었던 ‘스냅’은 길거리 패션을 담아내던 ‘스트릿 스냅’에서 출발해,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스타일을 공유하고 제품 링크를 연결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로 진화했다. 커뮤니티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브랜드와의 이색 콜라보, PB 브랜드 운영, 뷰티·골프·키즈 등 전문관 확장 전략을 통해 카테고리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단순히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의 경험을 기획하는 태도가 오늘날 무신사를 계속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무신사가 가장 일찍부터 믿어온 건 브랜드가 성장해야 플랫폼도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동반성장'이다. 단순한 입점이 아니라 함께 커가는 파트너가 되는 일. 이 철학은 커머스를 시작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무신사의 가장 근본적인 성장 방식이기도 하다. 초기부터 함께했던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부터 최근의 마르디 메르크디까지 수많은 신생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보며 함께 걸어왔다. 중요한 건, 브랜드가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는 힘을 갖는 것. 무신사는 그 힘을 기르는 기반이 되어주려 노력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동반성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브랜드가 각자의 리듬과 속도를 지켜가며 오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고 여정을 함께 설계하는 태도에 가깝다. 브랜드를 소비자 앞에 세우기 전에 먼저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부터 묻고 고민하는 것. 무신사가 브랜드를 대하는 방식이자 플랫폼으로서의 방향이기도 하다.
무신사의 로고는 단순하다. 검은색 무신사 로고를 보면 화려한 컬러나 화려한 그래픽 없이도 브랜드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직접 튀기보다 5000여 개 입점 브랜드의 개성이 보이도록 비워둔다.
이런 철학은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과 함께 개발한 '무신사 폰트'에서도 드러난다. 알파벳별로 전각 폭이 다른 지오메트릭 산스 계열의 이 서체는 무신사의 다양한 브랜드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탠다드 등 무신사 산하 브랜드의 로고에도 이 서체가 녹아 있다.
무신사 BX디자인팀의 신서영 팀장은 디자인스팟 인터뷰에서 "보기 좋은 디자인보다 이후의 운영까지 고려한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은 무신사의 디자인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브랜드의 시각 언어는 하나의 스타일보다 여러 브랜드를 담을 수 있는 그릇에 가까워야 하고 그 정제된 톤이 바로 '무신사다움'을 만든다.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무신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제품과 경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 에디션’은 무신사가 직접 참여하거나 단독으로 전개한 협업 상품들을 의미한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협업 상품부터 글로벌 인기 브랜드의 단독 상품까지 폭넓게 선보이며, 특히 팬덤을 지닌 패션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컬래버 컬렉션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에디션 제품들은 '무신사 드롭'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다. '무신사 드롭'은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와의 콜라보 제품, 시즌 한정 아이템 등을 소개하는 한정 발매 플랫폼이다. 에디션과 드롭은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함께 기획되고 운영된다.
최근에는 ‘국내 대표 스포츠 구단 x 고 팀 무신사’, ‘기아 EV4 x 무신사’, ‘팀코리아 x 무신사 스탠다드’ 같은 외부 브랜드와의 대형 협업 프로젝트부터, ‘고스트클럽 x 이토준지’, ‘HDEX x 오뚜기’, ‘주미소 x 주술회전’처럼 브랜드 간의 개성 있는 컬래버레이션까지 폭넓게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 전략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그리고 콘텐츠가 교차하는 실험의 장이자, 무신사만의 색깔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접점이기도 하다.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해온 무신사는 그 한계를 넘기 위한 새로운 기회로 ‘오프라인’에 주목했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무신사만의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프라인 확장을 본격화했다. 온라인 콘텐츠 기반의 코디 제안, 혜택 제공 등을 연계해 고객을 자연스럽게 전환시키는 방식도 함께 시도되었다.
이후 성수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무신사 테라스 성수’, ‘무신사 스퀘어’, ‘엠프티 성수’,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 '무신사 스토어 성수'등 각기 다른 성격의 공간은 매장을 넘어 전시, 팝업, 신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콘텐츠 쇼케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경험을 제안하며 성수를 무신사 브랜드 철학이 집약된 패션 클러스터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전략은 단순한 유통망 확장이 아니다. 도시와 브랜드, 사용자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 속에서 ‘경험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디자이너’라는 사람이 존재한다. 무신사는 2022년부터 패션 산업의 다양성을 넓히고, 브랜드가 더 오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구조를 마련해왔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다음 시즌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동반성장 프로젝트다. 제품을 먼저 제작한 뒤 판매로 수익을 내야 하는 특유의 패션업계 구조를 반영한 이 프로그램은 브랜드가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 이 자금을 지원받은 브랜드의 평균 거래액은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고, 일부 브랜드는 최대 83배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브랜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켜가며 성장할 수 있도록,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 패션 전공생을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 ‘MNFS(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 벤처 투자사 ‘무신사 파트너스’, 기획에 도움을 주는 ‘브랜드 인사이트 리포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있다. 브랜드를 단순히 입점시키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돕는 구조. 무신사의 동반성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가 말하는 ‘브랜드의 성장’은 단순한 수치나 매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더 멀리 더 오래 가기 위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보여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실제로 그 여정을 함께 설계해주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이 철학은 단순한 브랜드 지원을 넘어 무신사가 스스로 브랜드를 대하는 방식, 나아가 플랫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가치로 이어진다. 최근 무신사가 잠시 걸음을 늦춘 것도 어쩌면 이 가치를 다시 꺼내 들기 위한 선택일지 모른다. 앞으로 더 잘 걷기 위해 잠시 멈춰 자신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국내 패션브랜드와 자신의 패션감도를 높이고 싶은 고객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 무신사는 ‘고객’과 ‘국내 브랜드’가 사랑하는 패션을 위한 모든 것을 하는 브랜드다.
참고 : https://newsroom.musinsa.com/
참고 : https://corp.musinsa.com/ko/business/
참고 : https://design.co.kr/article/33695